블로그 만든지 3개월, 드뎌 티스토리 새글에 노출!


처음 보는 유입경로에 깜짝. 2월 26일 최초로 티스토리로부터의 유입이 확인.


2008년 11월 30일에 블로그 개설하고 12월부터 활동하기 시작했으니, 3개월을 꽉 채운 셈입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포스트만 올리다가 RSS피드를 등록하면서 티스토리 새글에 제 포스트가 올라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본인확인을 하고 기다렸지만 감감무소식. 2월 내내 Daum에 문의하기를 반복. 2월 26일, 드뎌드뎌 티스토리 새글에 제 포스트가 노출됨을 확인 했습니다!! 움하하. 

Daum에 문의해서 속시원히 해결된 것이 처음이라 반갑네요. 이거이...뭐 하나 문의 할라면 복사해서 뿌리는 답변만 돌아와서 속상했는데 - 포스트에 이미지 삽입 시 자막을 쓰면 오류가 나고 결국 안 올라가는 상황이 종종 발생해서 여러번 문의를 했는데, '확인 되었습니다' '불편하시겠습니다' 의 대답만 돌아와서 정말 속상하고 답답했습니다. 혼자서 자막에 기호(특수문자?)를 사용해서 그랬을거라는 잠정 결론을 냈습니다만..

음음, 아무튼 이제 티스토리 새글에 제 포스트가 올라갑니다. 잠깐 이랬다가 다시 안 보이는 거 아니겠죠? 그땐 또 어떻게 해야하나... 에이, 그건 그때가서 걱정해야죠.

문제 해결되어서 반가운 건 잠시, 또 어떤 문제가 생길까 걱정이네요. ㅎㅎ
Posted by 편지봉투
,
블로그, 도대체 뭐가 문제야?


의기소침. 블로그 만든 지 3개월 째.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했다 한들 3개월 간 애드센스 광고가 15달러도 안 되는 사실에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액수가 너무 적네, 올려야지'보다는 블로그가 매력이 없단 의미잖아요..방문자도 점점 줄고...따라서 자신감도 줄고... 음...뭘 어째야하나...

제가 블로그를 시작하면서부터 많이 도와주셨던 sweetpocket님과 온라인 대화를 하는데, 정곡을 찌르는 한 말씀을 주셨습니다. sweetpocket님과 저=선택과 집중 집중 또 집중!의 대화입니다.


"재미가 확 안 와요." 이거 참. 스스로도 느끼던 문제인데, 어찌 재미를 더해야 할지. 이거는 "착하게 생겼나요."를 들었을 때처럼 기분이 멍~합니다. 여기서 재미란, 개그 콘서트처럼 배꼽 잡고 웃을 수 있는 재미보다는, 공감이 안 되는, 끌리지 않는다는 의미인 줄 압니다. 아,닌,가?-.-;

혼자 어렴풋이 느끼던 문제를 한 단어로 잡아준 sweetpocket님께 감사를. 휴~ 왜 이렇게 마음이 무겁죠? 자꾸 블로그에 욕심은 나는데 능력은 모자라고... 어쩔 줄 모르겠어요... 하늘이시여!!
Posted by 편지봉투
,

순대는 한번에 썰 수 없다


안녕하지 못한 하루가 저녁 7시를 넘겼습니다. 온다는 비가 신통치 않게 내리더니 지금은 그쳤는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네요. 배는 부른데 머리 속은 텅 비어 아무 것도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다행히 사무실에 혼자 있을 시간이 생겼습니다. 

학업부진아가 되어버린 느낌입니다. 업무는 하루를 넘기기에 급급하고, 생활은 진창 속에 빠져서 한 걸음 나아가는 것이 힘에 부칩니다. 내가 무엇을 잘못했던가. 돌아보고 돌아봐도 황사 낀 뿌연 하늘마냥 분명한 것 없이 답답합니다.

내용과 아무 상관 없으나 예쁘죠?

아무래도 며칠 전에 받은 전화 한 통이 원인인 것 같습니다. 예전 직장의 상사가 갑자기 전화를 주셨습니다. "야이 자식아, 넌 안부 전화 한 통을 안 하냐!"는 원망을 시작으로 제 현재 생활을 꼬치꼬치 캐묻더니 "왜 그렇게 됐어."로 마무리 하셨습니다. 왜.

"왜 그렇게 됐어."의 의미란, 꿈 이루겠다고 큰 소리치고 나간 녀석이 어찌하여 본인의 장담과는 다른 장소에 앉아 있냐는 겁니다. 왜긴 왜겠어요, 뜻 대로 안 된거죠. 세상에 널린 뻔한 스토리 아니겠습니까, 노력했으나 이루지 못 했다는, 듣기도 말하기도 지겨운 그것.

2008년 겨울에 친구의 떡볶이 장사를 도와 주면서 생전 처음 순대를 썰어 봤는데, 그게 참 안 썰리더라고요. 순대껍질이 얇고 미끌거려서 요령이 없으면 썰 수가 없습니다. 친구는 척척인데… 딱 한번 썰어보고 다시 못 썰었어요. 손님은 밀려드는데, 초보자인 제가 연습삼아 잡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얼마 안 있어 친구가 장사를 접었습니다. 딱 한번은 셈에 들지 않는다,는 외국 속담도 있다던데, 저는 한번의 경험으로 '나는 순대를 못 써는 사람'이라는 결론을 낸거죠. 두고두고 아쉬운 순대 썰기입니다.

옛 직장 상사에게 성공했다고도 실패했다고도 대답하지 못한 건 순대 썰기와 같은 아쉬움이 남았기 때문입니다. 난 딱 한번 도전했을 뿐인데. 그게 비록 1년이 걸린 일이긴 했지만, 제 인생에서 딱 한번의 도전이었죠. 변명 같지만 제 마음 속에는 분명 그렇게 남았습니다. 한번은 셈에 들지 않으니 두 번에서 이루지 못하면 그때 '실패'란 단어를 쓰겠노라. 변명같네요.

여전히 비 오는 소리는 들리지 않습니다. 가뭄 해갈은 언제 될런지. 하늘이 원망스럽습니다.

사실, 저의 노력은 끝을 보인 듯 합니다. 스스로 확신이 있었다면 "왜 그렇게 됐어."에 분명한 답을 했겠죠. 서른에도 전 여전히 방황하고 있습니다. 질풍노도의 시기는 끝날 줄을 모르네요.

전 어디로 가고 있을까요?

Posted by 편지봉투
,
이렇게 어수선한 영화 시사회는 처음, <핸드폰> 시사회



1. 시사회 당첨 통보를 당일 오전에 알려

지난 주에 '서울메트로' 홈페이지에서 신청했던 시사회 당첨 문자가 왔습니다. 앗싸,도 잠시, 이거 오늘이잖아! 오늘 저녁에 당장 시간되는 사람이 누가 있지? 즉시 여기저기 전화를 해서 알아봤습니다. 퇴짜 맞기를 반복하다 다행히 함께 갈 사람을 찾았지만, 당일 통보에 대한 불만이 슬그머니 올라왔습니다. 그래도 공짜. 여기까지는 괜찮았습니다.

2. 사전행사는 어영부영, 하는지 마는지

처음 찾는 서울극장. 미리 배를 두둑히 채워놓고 일찍 앉아서 시작을 기다렸습니다. 서울극장에서 제일 큰 상영관인 듯 장소가 꽤 넓었습니다. 오페라 극장처럼 2층 좌석이 있어서 신기했습니다. 이리저리 눈 돌리고 있는데, 여성 두 분이 스크린이 있는 무대로 오릅니다. 뭐 하려나, 기대 반 호기심 반. 영화 마케팅 하는 사람이라는 소개가 전부였고, 경품 추천행사를 하겠다며 좌석 번호를 부릅니다. 이게 행사야? 무슨 선물 준대? 몰라, 저 앞에 뭐가 있나? 영화가 <핸드폰>이니까 핸드폰 주나? 지금 부르는 거 맞아? - 제 주변에서 들리는 대화들이 이러한 가운데, 좌석번호 호명이 끝나자 추첨행사는 끝났답니다. 아, 무슨 행사를 이렇게 썰렁하게 하는지. 관객에게 이러저러한 행사를 한다는 간단한 설명도 없이 번호 부르고 끝나는 행사라니… 행사 취지를 못 살릴 바에야 돈 들여 이런 마케팅 할 필요가 있을까. 마케팅에 관심이 있던 사람으로서 너무 아쉬운 사전행사였습니다. 여기까지도 그럭저럭 오케이.

3. 예상 못한 주연배우와 감독의 무대인사, 반가워요!

여배우(몰라요) 엄태웅 박용우 감독 순서


경품추첨이 끝나자마자 예상치 않은 주연배우와 감독의 무대인사가 있었습니다. 얼~ 박용우 씨는 진회색 양복을 깔끔하게 입었는데, 잘 생겼네요. 엄태웅 씨는 청바지에 코트를 입었는데, 괜찮습니다. 감독님은 뭐 그런가보다. 처음 보는 여배우도 인사를. 영화 잘 봐달라, 입소문 좋게 내달라 등등. 영화배우 봤지롱~ 막 신날라 그래~ 여기선 기분 으뜸이었습니다.

4. 영화 시작했는데 스크린 조율은 계속 해

시작 전 광고 시간에 스크린 조율을 합니다. 화면이 작아졌다, 아래로 내려갔다, 슬금슬금 올라옵니다. 영화 시작했습니다. 화면 아직 안 맞았습니다. 완전 수동인지, 사람 손이 화면을 가렸다 말았다 합니다. 초점은 맞은 듯 이제 화면을 위로 올립니다. 영화 화면 맨 위에 굵은 까만 줄이 있는데, 그게 스크린 상단과 딱 맞아야 눈에 띄지 않을 듯 합니다. 그렇게 영화 화면이 올라가는데, 아주 조금만 더 올리면 되는데...여기서 멈추네요. 영화 화면 제일 위의 까만 줄은 영화 내내 스크린 상단에서 살짝 내려와 있습니다. 대세에 지장 없으니 참으라고요? 네, 뭐 영화에 몰입하다보면 안 보이겠죠, 믿습니다, 믿고요~ 내 돈 주고 보는 영화라면 가만 안 있겠지만, 무료 시사회니 불만이랄 것도 없이 참았습니다. 또, 안 참는다고 어쩔 도리 있나요?

5. 영화 사운드 들쑥날쑥

정확한 설명은 어렵지만, 영화 사운드가 왔다갔다 합니다. 두 인물이 마트 옥상에서 얘기하는데, 높은 산에 올라가 얘기하는 것처럼 귀 먹먹한 소리로 들립니다. 그러나 나중에는 스테레오 사운드처럼 들리기도 하고. 이거 참.

6. 어쩌면 예견된 대형사고가 펑! 갑자기 꺼져버린 영화

여기서 빵 터집니다. 영화 중반을 넘어섰고, 두 주인공이 드디어 마주칠까 고조되는 순간 갑자기 스크린 화면이 꺼졌습니다. 이건 뭐지? 사람들 웅성거리는 사이에 영화관 불이 파박 켜집니다. 나가라는 건가? 종 잡을 수 없는 순간. 처음부터 어수선하고 느슨하게 진행되던 시사회는 여기서 절정을 맞이한거죠. 영화가 갑자기 꺼지는 일이 생기다니. 관계자인 듯한 분이 무대에 올라와서 영사실과 교신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영화는 끊겼던 곳부터 다시 시작했습니다. 약 1분 정도 됐으려나? 나가버리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7. 끝나고 다시 무대에 올라 상황 수습을 위해 노력한 배우들

영화 몰입 안 되는 상황에서 결말이 궁금해 어찌어찌 끝까지 봤습니다. 스크롤 올라가는 여운도 없이 빠르게 자리를 뜨는 관객들. 순식간에 3분의 2정도가 나갔는데, 박용우 씨가 급하게 1층으로 들어와 무대로 올라갑니다. 마이크 들고 엄태웅 씨와 감독에게도 얼른 나오라 합니다. 새로운 편집본이어서 일부러 영화를 봤는데, 중각에 영화가 꺼지는 사태를 보고 놀라서 상황을 수습해보고자 나왔답니다. 박용우 씨 노력에 화가 약간 누그러집니다. 남아있던 관객들은 호응도 크게 해주고, 영화 재밌었다며 박용우 씨 노력에 화답합니다. 영화가 재밌었나? 난 반댈세~

8. 영화 <핸드폰>, 스릴러로 시작했다 어색한 유머로 방향을 트는가 싶더니 치정극으로 끝나
   - 스포일러 주의!


박용우 씨와 엄태웅 씨를 생각하면 안타깝지만, 2시간 30분의 긴 영화는 재미 없습니다. 박용우 씨 캐릭터엔 동정도 느낄 수 없고, 사이코패스 같은 치밀함도 없고, 저 인간 왜 저러나...싶습니다. 엄태웅 씨 캐릭터는 나쁘다기 보단 멍청한 사람으로 매력이 제로입니다. 전지현 휴대폰 사건하고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부분이 있다고해서 무척 궁금했는데, 휴대폰 복제에 대한 내용은 없던데요. 휴대폰 찾으려고 위치추적하는 정도입니다. 중반까지 없던 사건이 갑자기 등장해서 관객을 당황하게 만들고, 결말에 <타짜>의 짝귀님이 경찰로 깜짝 출연 - 도대체 왜 만든 인물인지 알 수 없는, 생뚱맞게 등장한 인물의 입을 빌려 상황을 설명할 필요가 있나? - 의문을 남기고 퇴장합니다. 매력없는 캐릭터와 엉성한 사건, 감독이 <핸드폰>을 통해 무엇을 말하려고 했는지 전혀 감이 오지 않습니다. 정보화 사회에서 기계문명은 인간성의 몰락을 가져올 수 있다? 사랑은 00보다 중요하다? 스릴러 장르의 재미? 죽을만큼 아내를 사랑한 남편과 탐욕으로 인한 파멸?? 감독님의 의도는 도대체 뭔가요??
집의 폭발과 동시에 제 마음도 <핸드폰>을 떠났습니다.


Posted by 편지봉투
,
블로거뉴스 베스트에 올라 - 놀라움과 부담이 동시에


블로그를 시작한지 세 달이 되어가면서도 별 일 없이 잔잔하게 흘러가던 중에 드디어 큰일을 만났습니다. 평균 방문자수 기십명을 헤아리다 어제 6천여명의 손님을 맞게 된거죠. 오늘은 그 수가 줄어 2천 6백명 정도.


헉! Daum 블로거뉴스 베스트에 오른 겁니다. 2009/02/11 - [주먹의작은생각] - 성추행 상황에서 여성의 최고 무기는? 방문자 숫자에 한번 놀라고 블로뉴스 4위에 두번 놀라 벌린 입을 다물 수가 없었습니다. 점심 먹은 후부터 체한 것 같더니 급기야 열이 올라 몸져 누운 상태에서 동생이 확인시켜 준 모니터만 멀뚱멀뚱 바라보다 기다리던 일이 생긴 것에 반갑기 보단 걱정이 먼저 들었습니다.

포스트가 베스트에 오른 사실을 확인한 시각이 밤 8시 40분 경이었는데 당시에 댓글이 2개 달려 있었는데, 그 중 처음이 극단적인 여성비하였습니다. 아, 블로그를 하면서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은 각오하고 있었지만, 막상 그 댓글을 보니 대책이 안 섭니다.

이걸 지워 말어? 블로그라면 어떤 의견이든 개진할 수 있어야 마땅한가? 모욕적인 발언이므로 지워도 상관 없을까? 그렇다면 '모욕적인 발언'의 기준은 무엇이란 말이냐? 등등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졌습니다. 

우선 내린 결론은 지우지 않기. 다음 날 사무실에 나가서 2008년 파워 블로거로 등극하신 팀장님께 여쭈어 보고 행동하기로 했습니다. 결정은 이렇게 내렸지만 여전히 가시지 않은 찝찝한 기분을 안고 잠들었습니다. 

몸이 안 좋은 상태로 출근하자마자 동료의 도움으로 손을 따고 (생애 첫 바늘로 손 따기, 효과 짱입니다!) 병원도 가느라 정신없이 오전을 보내고 저녁 늦게 팀장님께 여쭤보게 되었죠. 답은 간단했습니다. "지워!" 욕설이나 성인관련 발언 등은 지우는 게 낫다는 의견을 주셨습니다. 팀장님은 블로그에 공지사항으로 이미 명시해 놓으셨더라고요. 

아직 지우지 않았습니다. 처음에 보자마자 지우지 않았더니 문제 댓글에 답하는 댓글이 달렸는데,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는 내용이라 아예 아무것도 지우지 않았습니다.  '내가 보기에 이상하면, 다른 사람 보기에도 이상하구나'를 확인하니 안심이 되어서 놔두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다음에 또 이런 일이 발생하면 욕설에 해당하는 비하발언은 지울 생각입니다. 

'성추행'이 주제라서 그런가 십여개가 넘는 댓글 중 3개를 제외한 나머지가 로그아웃 상태로 작성되었습니다. 사안이 사안이니 만큼 본인이 누구인지 알리고 싶지 않으셨나 봅니다.

처음 블로거뉴스 베스트에 오르고, 처음 악플(?)을 겪고, 처음 작성자가 누구인지 모를 댓글을 받아보고… 놀라움과 부담을 동시에 안겨 준, 블로그를 제대로 겪었습니다.

그저, 재미있습니다^^
Posted by 편지봉투
,

중년 아저씨에게 안길 뻔한

무릎 튀어나오고 빛은 바랠 대로 바랜 추리닝 바지에 목 늘어난 티셔츠. 집안에서 입는, 엄마 표현을 빌자면 '걸레짝'같은 옷에 외투만 걸치고 대문을 나와 몇 발짝 걸어 나가자마자 골목 초입에 들어오던 낯선 중년 아저씨가 두 손을 번쩍 들고 나를 향해 돌진해 왔다. 아저씨는 두 손을 흔들면서 나를 향해 빠른 걸음으로 오더니 내가 상황 파악도 하기 전에 내 코앞에 섰다.
 
아뿔싸, 나는 그제야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끼고 앞을 가로 막은 아저씨의 옆구리로 가볍게 빠져나왔다. 아저씨는 나보다 훨씬 컸고 난 아주 작았으니 민첩함이 없어도 가능했다. 이젠 아저씨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있는데, 그때 마침 저 뒤에서 손에 짐을 바리바리 든 아주머니가 뒤뚱뒤뚱 빠른 걸음으로 오시면서 소리 질렀다.

"거기 중현이 아냐! 여자잖아!"

아. 상황 파악은 끝났다. 아저씨와 아주머니는 나와 같은 골목 어딘가에 사는 친척을 만나러 오셨는데, 나를 당신들 조카로 착각하신 거였다. 여기까진 아무렇지 않은 일이다. 조카가 마중 나온 지 알고 예뻐서 꼭 안아주려던 아저씨는 참 따뜻한 분일 것이다. 그러나 나에겐 상처를 주기에 충분했다.

'중현'은 남자이름이 아니잖은가!! 내가 왜!! 날 왜 남자로 오해하냔 말이다! 아저씨가 달려와서 안으려던 상황을 보아 나이가 많은 조카는 아닐 성싶다. 그렇다면 나는 십대남성으로 짐작되는 오해를 받은 것이다. 아... 여드름 투성이에 수염 듬성듬성 난 십대남성과 내가 어디가 닮은 걸까?

사건은 1분 남짓 된 짧은 시간 안에 일어났지만, 난 그 충격으로 천지가 개벽하는 혼돈과 '나이 값 못하는 외모'로 인한 자괴감에 빠져들었다. 평생을 두고 나이 값하는 외모를 가져본 적 없음을 다시 한 번 절실히 느끼며 방바닥을 쥐어뜯었다. 거기다 이젠 '남자같다'는 사실이 더해졌다. 괴로워하기에 충분한 이유다.

혹자는 '동안'을 강조하며 위로하려 했지만, '동안'은 백옥 같은 피부에 쌍꺼풀 진한 큰 눈을 가진, 통상적으로 '예쁜' 사람에게나 칭찬이지 나처럼 '보통'의 범주에 쑤셔 넣어지는 사람에겐 그저 '어려 보여서 때론 무시당할 수 있는' 핸디캡일 뿐이다.

화장을 하거나 정장을 입을 자리가 되면 그렇게 하겠지만, 이렇게 무방비 상태로 어려 보인다는 사실을 실감할 땐 정말 너무 싫다.

뒤 따라 오시던 아주머니가 "저 사람이 조카로 착각해서 그래. 미안해요."하고 친절히 설명해 주셨는데, 난 충격에 빠져서 "괜찮아요." 한 마디를 해드리지 못 했다. 머쓱해하셨던 아저씨와 사과하신 아주머니에게 별일 아니라고, 괜찮다고 말씀드리지 못한 것이 아직도 마음에 걸린다. 혹 골목에서 또 마주친다면 날 알아보실까?

음...남자같나?

Posted by 편지봉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