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거뉴스 베스트에 올라 - 놀라움과 부담이 동시에


블로그를 시작한지 세 달이 되어가면서도 별 일 없이 잔잔하게 흘러가던 중에 드디어 큰일을 만났습니다. 평균 방문자수 기십명을 헤아리다 어제 6천여명의 손님을 맞게 된거죠. 오늘은 그 수가 줄어 2천 6백명 정도.


헉! Daum 블로거뉴스 베스트에 오른 겁니다. 2009/02/11 - [주먹의작은생각] - 성추행 상황에서 여성의 최고 무기는? 방문자 숫자에 한번 놀라고 블로뉴스 4위에 두번 놀라 벌린 입을 다물 수가 없었습니다. 점심 먹은 후부터 체한 것 같더니 급기야 열이 올라 몸져 누운 상태에서 동생이 확인시켜 준 모니터만 멀뚱멀뚱 바라보다 기다리던 일이 생긴 것에 반갑기 보단 걱정이 먼저 들었습니다.

포스트가 베스트에 오른 사실을 확인한 시각이 밤 8시 40분 경이었는데 당시에 댓글이 2개 달려 있었는데, 그 중 처음이 극단적인 여성비하였습니다. 아, 블로그를 하면서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은 각오하고 있었지만, 막상 그 댓글을 보니 대책이 안 섭니다.

이걸 지워 말어? 블로그라면 어떤 의견이든 개진할 수 있어야 마땅한가? 모욕적인 발언이므로 지워도 상관 없을까? 그렇다면 '모욕적인 발언'의 기준은 무엇이란 말이냐? 등등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졌습니다. 

우선 내린 결론은 지우지 않기. 다음 날 사무실에 나가서 2008년 파워 블로거로 등극하신 팀장님께 여쭈어 보고 행동하기로 했습니다. 결정은 이렇게 내렸지만 여전히 가시지 않은 찝찝한 기분을 안고 잠들었습니다. 

몸이 안 좋은 상태로 출근하자마자 동료의 도움으로 손을 따고 (생애 첫 바늘로 손 따기, 효과 짱입니다!) 병원도 가느라 정신없이 오전을 보내고 저녁 늦게 팀장님께 여쭤보게 되었죠. 답은 간단했습니다. "지워!" 욕설이나 성인관련 발언 등은 지우는 게 낫다는 의견을 주셨습니다. 팀장님은 블로그에 공지사항으로 이미 명시해 놓으셨더라고요. 

아직 지우지 않았습니다. 처음에 보자마자 지우지 않았더니 문제 댓글에 답하는 댓글이 달렸는데,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는 내용이라 아예 아무것도 지우지 않았습니다.  '내가 보기에 이상하면, 다른 사람 보기에도 이상하구나'를 확인하니 안심이 되어서 놔두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다음에 또 이런 일이 발생하면 욕설에 해당하는 비하발언은 지울 생각입니다. 

'성추행'이 주제라서 그런가 십여개가 넘는 댓글 중 3개를 제외한 나머지가 로그아웃 상태로 작성되었습니다. 사안이 사안이니 만큼 본인이 누구인지 알리고 싶지 않으셨나 봅니다.

처음 블로거뉴스 베스트에 오르고, 처음 악플(?)을 겪고, 처음 작성자가 누구인지 모를 댓글을 받아보고… 놀라움과 부담을 동시에 안겨 준, 블로그를 제대로 겪었습니다.

그저, 재미있습니다^^
Posted by 편지봉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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