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들의 발자취 - 서양미술거장전:렘브란트를 만나다



서양미술거장전

서양미술거장전 초대권




보자기(남자친구)가 구해 온 <서양미술거장전: 렘브란트를 만나다> 티켓입니다. 일년쯤 전인가, 시립미술관에서 고흐전 할 때 제가 보고싶다고 하니까 자기가 이벤트 응모했으니 기다리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기다리다가 결국 전시회를 놓쳐버린 전과가 있기에 이번에는 티켓을 냉큼 구해오더군요. 저야 고맙죠.

서양미술거장전

예술의전당 전면에 걸렸습니다

서양미술거장전

티켓박스도 거장전의 그림입니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사람으로 북적북적. 엄마 아빠 손 잡고 나온 아이들이 유난히 많습니다.

서양미술거장전

전시실 입구 앞 로비 사람이 무척 많습니다



서양미술거장전은 이탈리아, 프랑스, 플랑드르, 스페인 등 유럽을 대표하는 화가 50인의 그림을 전시했습니다. 루벤스, 반다이크, 브뤼헐, 푸생, 부셰 그리고 렘브란트까지 익숙한 이름의 화가들이 눈에 띄는데요, 저 같은 문외한이 들어본 정도라면 무척 유명하다는 뜻 아닐까요? 전시회 이름 그대로 '거장'의 반열에 오른 작가들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입니다.

내부에선 사진을 찍을 수 없어서(당연하겠죠?^^) 그 분위기를 보여드릴 순 없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서 오래 기다린 점을 제외하곤 괜찮았습니다. 전시장은 파스텔톤 벽의 아늑한 분위기로 차분한 조명과 함께 그림에 집중하기 좋았습니다. 그런데 그림으로 향한 조명이 눈에 거슬린 적이 몇 번 있었어요. 제가 키가 작아서 그런건지... 크기가 큰 그림을 정면에서 볼라치면 조명이 그림의 윗부분을 환하게 비쳐서 눈이 부시더라구요. 그래서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치우쳐서 봐야 했어요. 음... 정말 제 키 때문인지... 조명이 그림을 보는 시야에 방해가 될 수 있단 사실을 처음 느꼈습니다.

전시실은 9개의 방으로 각 방이 테마별로 전시되어 있습니다. 테마를 설명한 문구가 굉장히 멋있는데, 기억나는 게 없네요. 방학숙제 하는 어린이와 십대가 열심히 적고 있던데, 저도 따라 적을 걸 그랬나봅니다. 홈페이지에 자세히 설명이 나와 있으니, 읽어보세요.

『서양미술거장展 : 렘브란트를 만나다』 바로가기

일요일은 그림 설명이 없어서, sbs 박찬민 아나운서가 해설하는 오디오를 들으며 전시실을 돌았습니다. 그림 설명이 어렵지 않게 귀에 쏙쏙 잘 들어옵니다. 해설 덕분에 그림 하나하나가 기억에 선명하게 남은 것 같습니다. 아무 설명없이 봤으면 그냥 슥 지나쳤을 것을, 해설 덕분에 전시와 그림의 의미를 정확히 알게 되어, 시험에 100점 맞은 것 만큼 뿌듯한 공부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인상적이었던 몇 작품을 소개합니다. 행사장에서 판매되는 그림을 사진으로 찍은 사실을 감안해 주세요.

서양미술거장전

부셰, 헤라클레스와 옴팔레


에로틱이 바로 느껴지지 않나요? 남성의 탄탄한 근육도 눈에 확 띄지만, 여성의 당당한 기세가 느껴집니다. 벌을 받느라 옴팔레의 노예가 된 헤라클레스. 옴팔레가 그 남성다움에 반해 먼저 유혹했다는 오디오 설명에 키득거렸습니다. 이런 명작 앞에서 키득거릴수 있다니, 웃겨서 혼났어요.


☞ 바르톨로메 에스테반 무리요, <과일 파는 소녀>
과일 파는 소녀의 얼굴에 머금은 미소에서 교태가 느껴지나요? 오디오 해설에 따르면 "교태가 느껴지는 미소는 소녀가 몸 파는 여인임을 의미한다"고 하는데요, 저는 동감할 수 없습니다. 저 미소가 교태라니. 물론 "당시에는..."의 조건이 붙었기에 반대할 여지는 없지만, 소녀가 몸을 팔 수 밖에 없는 현실이 무엇일까, 안타깝기만 했습니다. 아무튼 참 예쁜 소녀입니다.


☞ 조반니 파울로 파니니, <로마 산 조반니 인 라테라노 성당의 내부>
원근법은 대자연을 그릴 때나 해당하는 줄 알았는데, 실내에서도 여지없이 그 힘을 발휘합니다. 저 정확한 원근법과 디테일의 정확한 묘사는 마치 과학자가 그린 그림 같습니다. (수학자였다가 화가로 전업한 화가가 있었는데, 그 화가의 작품인지는 확실히 기억이 안납니다.) 원근법이 무엇인지, 교과서 속 이론을 거장을 통해 확인하는 순간, 온 몸에 짜릿한 전기가 흐르는 전율을 느꼈습니다. 뒤에서 사람들이 저를 밀어내지 않았다면 다른 그림 앞으로 갈 생각을 못 했을 겁니다. 


☞ 小 피터르 브뤼헐, <겨울: 스케이트 타기>
마치 '숨은 그림 찾기'하는 것 같습니다. 스케이트 타는 사람, 넘어질 듯 휘청대는 사람, 얼음에 빠져서 허우적대는 사람, 친구가 썰매 밀어주는 커플도 있어요. 평범한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을 재치있게 담아낸 이 작품은 해설 그대로 '동화' 같습니다. 목판에 그렸단 점도 특이합니다. 브뤼헐리 그린 사계 중 겨울입니다. 브뤼헐의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당시의 회화는 예술의 의미도 있지만 '기록'의 의미도 매우 컸다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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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작품명 모두 모르겠어요 T.


정물화가 테마인 방도 있었습니다. 중고등학교 때 제일 그리기 싫은 게 정물화였는데, 생각이 아주 달라졌어요. 정물의 배치, 구도, 표현 등등 그저 감탄스러울 뿐입니다. 정물화가 이렇게 아름다운 그림인 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가운데 가재의 크기가 과장된 것, 눈치 채셨나요?

☞ 렘브란트 하르먼스존 판 레인, <헝클어진 머리를 한 렘브란트>
전시회 주인공이 렘브란트인데, 여지껏 한 마디 언급이 없었네요. 특별전 <렘브란트를 만나다>는 에칭 특별전으로 꾸며졌습니다. 동판에 조각칼 등을 사용해서 그린 다음에 부식시킨 후 찍어내는 기법인데요, 작품의 크기가 매우 작아요. 저 자화상은 제 손바닥만한 크기입니다. 아주 어릴 때 쓰던 스케치북 크기 정도인 작품도 있었지만, 대부분 제 손바닥 크기 수준이었어요. 아무래도 작품을 만드는데 공이 많이 들어서 그런가 봐요. 선 하나하나에 얼마나 노력을 기울였을지, 작품을 보고 있노라니 렘브란트가 작업하는 모습이 절로 떠오릅니다. 부시시한 머리의 렘브란트가 인상적이죠? 신화 속 여신도 똥배 불룩하게 그리더니, 자기 모습도 있는 그대로 그리나봅니다. 저는 해설의 '사실적'이란 설명보단 렘브란트의 유머 감각이 돋보이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똥배를 가진 여신(요정?)이라니...ㅋㅋ



☞ <깃털이 달린 벨벳모자를 쓴 자화상> <창가에서 그림을 그리는 렘브란트>
화가로 잘 나갈 때 돈을 펑펑 쓰던 렘브란트는 말년에 파산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부인도 먼저 죽고, 혼자 쓸쓸한 생활을 할 때 그린 자화상이 창가에서 소박하게 그림 그리는 작품입니다. 화려한 모자와 옷을 입은 자화상이 돈 많이 벌 때 그린 그림이구요. 확실히 다른 모습입니다.

서양미술거장전은 오랜만에 그림을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렘브란트, 루벤스, 부솅 등등 거장을 만나는 의미도 있었고, 회화의 역사를 알고 상식을 쌓을 수 있는 기회도 되었고... 제일 좋은 점은 '그림'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기회였다는 겁니다. 누구의 그림인가, 얼마나 인정받는 작품인가, 역사적인 의미는 어느 정도인가도 중요하지만, 쉽게 접하기 어려운 '미술 전시회'에 다녀왔다는 경험 자체가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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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익숙한 그녀들 - 가족소설 <마이 디어 걸>


지지고 볶고 떠들고 까불고 다치고 상처주고 상처받고 위로하고 결국 이해하게 되는 것이 바로 가족이라고 <마이 디어 걸>은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표지의 그림을 똑 닮았을 세 자매 코린, 시빌, 조르제트가 아직도 프랑스 파리 근처의 작은 아파트에 함께 살고 있을 듯 합니다.




표지의 작가 얼굴이 익숙합니다. 띠종이에서 설명하듯이 배우라는군요. '프랑스가 인정하는 대표적 연기파 배우'에 작가로써도 한 명성 한다니 그야말로 '엄친아'입니다. 제가 10대에 눈물을 철철 흘리면서 본 <비욘드 사일런스>의 주인공이라는데, 프랑스 배우가 독일 영화 주인공이라… 당시엔 전혀 몰랐던 사실인데, 세월이 흘러 알게되니 더욱 신기합니다.
소설내용도 작가를 많이 닮았습니다. 작가 또한 이태리 계 프랑스인이고 아버지 없이 홀어머니 밑에서 컸다는군요. 역시 작가의 삶과 글은 많은 부분에서 맞닿아 있나봅니다.

10세 전후의 세 자매는 성격이 제각각입니다. 맏언니 코린은 감수성이 풍부해서 문학에 푹 빠지기도 하고, 엄마랑 며칠이라도 헤어질라 치면 한강을 만들정도로 눈물을 쏟습니다. 막내 조르제트는 엄마가 제지할 때까지 사탕을 먹어대는 귀여운 먹보입니다. 둘째가 시빌입니다. <마이 디어 걸>은 시빌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덩치큰 남자랑 싸우고 온 얼굴에 멍투성이로 집에 돌아오거나, 쓰레기인줄 알고 엄마 신발을 전부 내다버리는 사고뭉치가 시빌입니다. 시빌은 언니와 동생과 다르게 생겨서 유난히 눈길을 끕니다. 책 표지의 세 명을 보면 혼자 금발 머리에 파란 눈동자를 한 시빌이 눈에 띌 겁니다. '그 사람' 흔히 아빠라고 부르는 사람을 닮았기 때문이랍니다. 그리고 세 자매의 엄마가 있습니다. 아침마다 부지런하게 집안을 쓸어대고 아이들 머리를 땋아주고 점심을 챙기는, 우리 엄마랑 비슷하단 생각될 정도의 보통 엄마입니다. 다만, '그 사람'이라고 부르는 시빌의 아빠, 남편이 없을 뿐입니다. 남편이 없다고 성당에선 남들이 하는 예식에 참여 못하고...그래서 시빌은 화가 납니다. 시빌은 또 화가 납니다. 엄마가 남자친구를 데려왔기 때문입니다. 함께 살기까지 한다네요. 아...이래저래 조용할 일 없는 가족입니다.
이 집에서 조심해야 할 것은 딱 하나입니다. '그 남자'를 거론 않는 것. 아이들은 짐작으로 '그 남자'가 아빠인 줄 알지만, 사진을 봤다는 걸 숨길 정도로 일체 아무 소리 안 합니다. 엄마가 싫어하니까...

방 하나를 나눠쓰던 아이들이 어느 새 자신의 집을 가질 정도로 성장합니다. 코린 언니와 동생 조르제트는 선생님이 되었고, 같이 살던 엄마의 남자친구도 집을 나갔습니다. 시빌은 성공한 작가로 TV에 출연하거나 독자와의 만남을 갖는 생활 중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드디어 '그 남자'를 실제로 보게 됩니다. 아...당신이라면 30년이 넘도록 존재하지 않던 아빠를 처음 보는 그날, 어떤 말을 하겠습니까?? 시빌은 그렇게 '그 사람'을 만나고 난 후 엄마를 만납니다. 상황을 보고하면서 시빌은 차츰 엄마와 '그 사람'의 관계를 이해합니다.

완벽히 행복해 보이는 가족도 저마다의 문제를 안고 있다고 합니다. 시빌네도 그렇습니다. 아빠가 없다는 건 누구에게나 보이는 명백한 사실이기에 본인의 상처도 클거라 문제시해버리기 십상입니다. 하지만 시빌은 말 합니다. 그것은 딸인 자신보다는 부모님 즉, 사랑했던 연인의 문제였다고...

<마이 디어 걸>은 읽기 쉽고, 공감 팍팍 가는 소설입니다. 작가의 삶이 반영돼 있다더라...에 기대를 건다면 어느새 본인의 삶도 닮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겁니다. 작가는 내 가족인듯한 누구나 공감할 보편적인 주제를 잘 표현했습니다. 그들의 소소한 생활을 들여다보면 특별할 것도 없는데, 읽는 내내 잔웃음이 꾹 다문 입에서 비져나오곤 하더군요. 

자칫 평범할 수 있는 캐릭터를 생생하게 살린 점이 돋보입니다. 픽션의 주인공은 원래 '문제적 인간'이잖아요. <마이 디어 걸>의 주인공은 '보편타당한 문제적 인간'이랄까요?^^ 청소년 권장도서 목록에 넣어도 손색이 없을만큼 건전한 소설입니다. ㅎㅎ 시빌은 싫어할 것 같군요. 

포근한 표지의 느낌대로 읽어 갈 수 있는 <마이 디어 걸>. 프랑스 여행을 간다면 시빌이 살던 아파트를 찾아내 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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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30분 데이트

움츠러들만한 추위가 계속되던 지난 주말, 저녁을 먹고 나서 어디든 떠나보자 생각했습니다.

크리스마스를 지나 연말을 향하는 요즘, 예년과 같은 떠들썩한 기분을 느끼기 힘들잖아요. 경제가 어렵단 이유가 가장 크겠죠. 가벼운 주머니 사정이야 하루이틀도 아니고, 그로 인해 방바닥에 엎어져만 있는 것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으니, 기분낼만한 곳을 가고 싶었어요.
물론, 공.짜.로. 우하하하

반포대교에서 레이저쇼인지 분수쇼인지 화려한 것이 시험운행되고 있다해서 갔죠. 일요일은 쉬는지 한 시간정도 기다렸는데 잠잠하네요. 다시 어디갈까 고민하다가 청계천에 갔습니다. 작년 이맘때 쯤 루미나리에...인가? 화려한 조명이 그득했던 기억이 있었죠.
올해는 작년만 하진 않았어요. 그래도 한번 보세요.

청계광장 2008년12월28일

청계광장 중심. 작년처럼 화려한 볼거리는 아니지만 그래도 뭔가 있군요. 사람이 북적북적하고 떠들썩한 분위기가 마음에 듭니다.



청계광장 분수

얘는 잘 아시죠? 조명 받으니 낮보다 더 예뻐보입니다.



눈 결정체

눈 결정체 모양의 구조물입니다. 하늘에서 눈이 내리는 느낌을 표현한 듯 합니다.




하늘에서 눈이 내려요

사람 많아요




공 뭉치?^^

다리 아래는 요런 예쁜 구조물도 있네요




공 뭉치!

가까이서 보니 요렇게 생겼어요




이상이 약 30분에 걸친 청계천 나들이 내용입니다. 너무 추워서 도~저히 더는 못 돌아다니겠더라구요. 참, 그 전에 신기한 걸 봤어요.
청계광장에 모니터가 몇 개 있는데, 가까이 가보니 사진도 찍고 글씨도 쓰고...신기해서 도전해봤습니다. 메시지와 사진을 하나로 엮어서 본인 메일로 보내줍니다. 공.짜.로. 우헤~ 심봤다~
메일로 온 그대로 입니다.

청계천광장 방문 기념 전자엽서

저와 제 남자친구. 얼굴 이름 공개 되버렸네요^^ 터치스크린에 제가 직접 쓴 메시지입니다



모두모두 행복한 2009년 되시길. 이상 청계천 30분 방문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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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디얏에서 나와서 바로 건너편에 있는 곱창전골로 향했다.

홍대 앞에선 무척 유명한 곳이라더라. 난 처음 가봤지만.

빼곡히 정리된 LP판에서 포스가 느껴진다.


오랜만에 함중아의 "내게도 사랑이"를 들었다.

귀가 번쩍했다. 내가 이 노래를 좋아했더랬지...왜 잊고 살았는지...

산울림의 노래를 들으면서 돌아가신 그 분을 추억하기도 했다.

과일화채와 맥주 여섯 병, 그리고 음악. 하하하

사디얏 -> 곱창전골-> 다음 순서는???

하루를 음악으로 완성하기 위해 우리가 마지막으로 향한 곳은 노.래.방!!

우하하 우리는 그 날 목의 핏줄이 터져라 70~90년대 곡을 열창했다.

우리 중 그 누구도 빅뱅이나 원더걸스 노래를 제대로 몰랐다는 사실도 한 몫 했겠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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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디얏(Saadiyat) 아일랜드

아부다비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가장 큰 프로젝트. 15억불(1조 5천억)이 넘는 예산틍 투입, 싱가폴의 산토자 섬이나 이태리의 카프리 섬과 흡사한 컨셉으로 공사중이다. 자연섬 단일 프로젝트로는 중동 전체에서 규모가 가장 크다.

 

음...이거구나.

오랜만에 홍대를 찾았고, 문 연지 얼마 안 된듯한 카페를 만났다. 그 이름 <SAADIYAT>.


막 자리를 잡으니 언니 셋이 나와서 무대를 준비했다. 아, 눈인사하던 외국 남성도 계셨다.

기타도 잘 치고 목소리도 시원시원한 언니들은 곧 1집이 나온다는 "타묘"라고 했다.

이름은 어려운데, 노래는 어렵지 않았다. 좋더라. 1집 나온다니 기다려봐야겠다.

듣는 중간중간 음식이 나왔다.

테이블 가득 한상이 차려졌다. 보기 좋아. 내 앞에 먹음직스런 음식이 가득할 때, 어떤 부자도 부럽지 않다.

스파게티가 맛있더라. 해물도 가득가득. 소세지도 참 푸짐해.

아...이 밤에 또 생각난다...제, 제길...

 

한번쯤 가봄직한 카페. 살짝 부족한 점이라면...

아예 라이브 음악만 즐기는 곳이 아닌 음식과 조화가 되는 것이 목적이라면 볼륨을 줄일 필요가 있을 듯...

"타묘"언니들의 공연이 끝나고, 카페 주인 아저씨인 듯한 분이 밴드와 함께 무대에 올랐다.

음...팝송을 부를 때....발음이...무척 한.국.적.이었다..ㅋㅋㅋ

 

사디얏이 중동의 섬이라니, 외관 전면에 있던 열대나무 그림이 있던 이유를 이제 알겠다.

타묘 언니들 보러 또 가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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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녀는 괴로워>는 유명하다.

600만이 넘는 관람객, 주인공 김아중의 스타 등극, '마리아' '뷰티풀 걸' 등의 인기 영화음악.

특히 '마리아'는 길에서도 TV에서도 주구장창 나오는 바람에 귀에 인이 박혔을 정도로 들었다.

그 유명한 영화가 뮤지컬로 만들어졌단다.

영화 상영 당시부터 솔솔 얘기가 나오더니 드디어 초연에 들어갔다.

운 좋겠도 모 은행이 고객을 상대로 한 행사에 당첨되어 공.짜.로. 관람하게 되었다.

 

가수 바다가 주인공이란 사실은 익히 알고 있었다. 그녀의 네임밸류를 이용해서 홍보했을테니 모를리 있나.

배우 송창의가 뮤지컬 배우 출신인 줄은 몰랐다. TV를 보면서 정장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그렇더라.

수트발...이라고 해야하나.

배우 이완의 팬클럽의 이름이 새겨진 화환이 공연장 앞에 있길래 이완이 출연하는 줄 알았더랬다.

 

 

1. 가수 바다 아니, 뮤지컬 배우 최성희

가수 바다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데뷔가 몇 년인데. 그래도 의심해야한다. 뮤지컬 배우 최성희를 확인하는 건 처음이니까.

바다가 노래 잘 하는 것도 이미 알고 있다. 데뷔부터 가창력을 내세웠으니까.

이렇게 알고 있었음에도 그녀의 노래에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김아중이 영화에 잘 들어맞았듯, 뮤지컬의 강한별은 제니는 바다가 적역이었다.

바다는 날씬한 미녀가 맞았고, 가창력 좋은 가수였으니까. 주인공 그 자체였으리라.

의심의 눈꼬리를 치켜세우고 독하게 쏘아봤던 그녀의 연기력도 훌륭했다. 전문 뮤지컬 배우들 속에서 전혀 껄끄럽지 않았고

타이밍이 잘 맞았으며 대사 전달도 매끄러웠다. 하하. <노트르담 드 파리>를 놓친게 아깝다. 비싸도 꼭 볼걸.

콘서트 장면을 매우 중요하게 내세운 듯 한데, 무대위에 바다는 워낙 익숙하니까 이게 바다 콘서트인지

주인공 제니의 콘서트인지 헛갈리더라. 이게 맹점이라면 맹점일까

 

 

2. 무대

뭐, 공짜표 생기면 보고, 할인된다 싶으면 보는 뮤지컬을 얼마나 많이 봤겠냐마는... 그래서 잘 알지도 못하지만...

그래도 이건 뭔가 영 썰렁한거 같다.

홈페이지를 가보니 유명한 외국 스텝이랑 함께 작업했다고 자랑 늘어 놓았는데,

콘서트 장면은 조명 뻥 터지는 순간 말고는 썰렁했고,

제니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아미가 아버지를 데리고 오는 무대 뒤 대기실도 극적 상황이 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단순하고 부족해 보였다.

스스로 정체를 밝히는 마지막 콘서트 장면도....아....왜 이렇게 무대가 퀭한지...

내가 2층에서 봐서 그런가...

자꾸 부족하게 보이는 무대는 최성희의 가창력으로 채워지는 듯 했다.

 

 

3. 밝혀지는 제니의 정체! 이거 극적이어야 하는 거 아닌가??

제니의 첫 콘서트. 제니가 무대 앞의 중앙으로 걸어나와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울먹울먹 잦아지는 제니의 노래소리, 갑자기 노래가 뚝 그치더니 제니는 고백을 시작한다.

저는 강한별이에요....이렇게. 제니의 대사로 풀어나가는 이 상황이 과연 극적인가? 나는 별로 극적이지 않던데.

아버지를 보고 심경에 변화가 왔고, 사랑하는 남자가 이미 정체를 알고 있었고....그래서 고백했다고?

제니는 자신의 과거를 숨기기 위해 무던히 노력하지 않았던가...그 노력에 비견될만큼 힘들게 정체가 밝혀질 줄 알았는데...

이래저래 설명하면 이해가 가긴 하는데, 무대 위 상황은 별로 극적이지 않았던듯.

갈등상황이 폭발하고 단숨에 해결되는....절정? 클라이막스? 암튼 중요한 장면이었던 것 같은데...음음

 

 

역시 이미 유명한 작품은 기대치를 높게 만든다. 그래서 다시 만드는 것이 어렵고, 흥행은 더 어렵다.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도 흥행 실패라던데...

뮤지컬 <미녀는 괴로워>는 약간의 아쉬움을 감안한다면 재미있다고 말 할 수 있다.

특히 바다 아니아니, 뮤지컬 배우 최성희를 알게 된 좋은 기회였다.

최성희는 좋았으나 내 귀에 오래 남은 곡은 친구 수경과 성형의사의 듀엣곡!! 둘의 화음이 잘 어울린 감미로운 노래였다.

뮤지컬을 볼 때마다 항상 느끼지만 뮤지컬 배우들은 정말 다재다능하다.

거의 최성희 독무대였지만, 요소요소 웃겨준 성형의사와 점쟁이(동일 배우가 연기), 친구 수경, 음반사 사장은

순간순간 임팩트 있는 연기를 선보였다. 노래는 말 할것도 없이 매우 훌륭!!! 전문 연기자들다웠다.

송창의는....2부 중반부터 목소리가 쉰 듯했다...마지막에 인사할 때는 정말 쉰 목소리가 나오더라.

TV에서 먼저 봐서 그런가 무대에 있는 그의 모습이 낯설고 신기하더라.

 

 

강한별 제니, 그리고 최성희. 그녀들의 독주가 빛났던 무대 <미녀는 괴로워>.

Posted by 편지봉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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