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여행의 백미 '달아공원'


8월 마지막 주, 성수기가 어느정도 물러간 후에 통영에 다녀왔습니다. 제 휴가가 짧아서 느긋하게 다녀오진 못했지만, 통영의 아름다움을 느끼기엔 충분했습니다. 여행코스는 다음과 같습니다.

1일, (아침 일찍 도착해서) 동피랑 마을 → 서호시장 → 조각공원 → 소매물도 → 해저터널 
2일, 거제도 바람의 언덕 → 포로수용소 박물관 → 달아공원 → 중앙활어시장
3일, 통영 케이블카 (집으로~)

식사한 곳 중에서는 백만석이 가장 괜찮았습니다. 워낙 유명한 곳에 대형식당이라 누구나 한번쯤 들르는 것 같더군요. 충무김밥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패스했습니다.

눈 돌리는 곳마다 아름다운 경관에 감탄해마지 않았던 통영. 그 중에서 으뜸은 '달아공원'이었습니다. 한려해상국립공원이 한 눈에 들어오는데, 낮에 보아도 탁 트인 경관이 아름답지만 일몰은 그야말로 예술작품입니다. 통영에서 본 중에 가장 인상에 남는 장면이었습니다.


달아공원은 산양일주도로의 중간쯤에 있습니다. 찾아가는 길에는 소박한 어촌 풍경을 감상할 수 있어서 이 또한 아주 좋습니다. '달아'는 코끼리의 어금니를 닮았다는 뜻이라는데, 현재는 '달 구경하기에 좋은 곳'의 의미로 쓰인다고 합니다. 달아, 이름이 참 예쁘죠? 여자아이에게 붙여주어도 예쁜 이름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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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는 분들이 무척 많았습니다. 저희는 돗자리 깔고 앉아서 해가 서서히 지는 모습을 여유있게 감상했습니다. 달아공원에서 일몰을 감상하려면 일몰시간을 미리 확인해야합니다. 제 시간에 도착해선 안 된다는 것도 아시죠? 미리 도착해야 해가지는 장면을 놓치지 않는답니다.

혹시 얼굴 보일까봐 효과를 가득 넣었어요.


통영에 가기전에 여행안내 책자를 받아보았습니다. 통영시청 홈페이지에서 통영관광 사이트로 연결해서 들어가면 통영관광안내책자를 신청할 수 있어요. 여행 내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 통영여행안내책자 신청 바로가기

저에게는 달아공원이 으뜸이었지만, 통영의 모든 곳이 아름다웠습니다. 다음에는 관광지 뿐 아니라 도심 곳곳을 배회할 수 있도록 여유있게 다녀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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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에 영어공부 이렇게 한다 - 영어문법 쓰기 읽기 말하기


창피하지만 영어공부합니다. 작년에 이력서에 적어 넣을 요량으로 토익시험을 봤는데 점수가 허접했습니다. 16년의 학창시절 내내 써 먹은 핑계 "공부 하나도 안 해서"가 이제는 안 통하는 나이임을 절감했습니다. 여지껏 공부 안 하고 뭐했니,에 할 말이 없더군요.


허접 점수를 공개하는 이 용기와 배짱은 어디서 나왔는지... 이상한 희열마저 느껴집니다. 리스닝과 리딩 점수의 현격한 차이는 더욱 창피하네요. 저 토익시험을 볼 때 be동사의 과거형이 헷갈릴 정도였습니다.

영어와 관계를 가진 일을 하는 건 아닙니다. 그저 영어공부가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무작정 시작했습니다.


영어문법

모든 외국어의 기본인 줄 알면서도 외면하고 싶은 바로 그것, 문법! 요것을 어떻게하면 피해볼까 궁리하다가 30년 인생 동안 영어공부 헛했습니다. 영어공부를 해보겠다고 소문냈더니, 누가 괜찮다면서 동영상강의 하나를 들이밀었습니다.

한일의 기초영문법 (설마 아래 동영상이 저작권에 걸릴 일 없겠죠. 광고영상인데...)

 

▶▷ 한일의 기초영문법 카페 바로가기

동영상 강의도 처음, 영어 문법강의도 고등학교 이후 처음인데, 총 60강을 후룩 들어버릴 정도로 완전 몰입했습니다. 한일 선생님의 강의는 세련된 것과는 거리가 멉니다. 제 소개로 강의를 들은 어떤 분은 같은 말을 반복해서 짜증난다고 하더군요. 약간 어눌한 말투에서는 아줌마같은 느낌마저 묻어납니다. 이렇게 '세련되지 못한' 강의는 진정 저같은 초보자에게 딱 들어맞는 강의였습니다.

"왜?"를 물었다가, 바보같은 질문한다고 욕 먹기 일쑤였던 문법. 무작정 외우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여겼던 문법에 "왜"라는 설명을 해 주는 친절한 영어문법 강의입니다. 


영어쓰기

문법 선생님이 항상 "문법 많이 안다고 영어 잘 하는 것 아니다. 문법을 바탕으로 영어가 입으로 나오거나 쓸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하십니다. 그래서 혼자 영어일기를 썼습니다. 하루에 5문장, 참 소박하죠? 수정은 Lang-8이라는 언어 교환 사이트를 활용합니다. 제가 영어 일기를 쓰면, 영어를 모국어로 설정한 사람이 고쳐주고, 한국어가 모국어인 저는 다른 사람의 한국어 일기를 고쳐줍니다. 서로 일기를 고쳐주면서 친분도 쌓을 수 있어서 여러모로 재미있는 사이트입니다.

▶▷ Lang-8 영어일기 쓰러가기

요렇게 첨삭이 됩니다. 구차한 제 영어실력이 창피하네요.




영어읽기

영어문법을 공부할 때 한일 선생님이 자꾸 확인하자고 합니다. to부정사, 형용사절이 어떻게 쓰이는지, 부사가 문장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저도 확인하는 차원에서 영어소설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제 수준을 감안하여 쉬운 책에 도전했습니다. 어린이 소설. 8세 이상이면 읽을 수 있다는 <Charlie and the Chocolate Factory>을 먼저 읽었고, 2009/10/10 - [주먹의일상] - 영어원서읽기 첫 도전 성공! <찰리와 초콜릿 공장>  <Charlotte's Web>도 읽었습니다. 앞으로 레벨을 조절하면서 꾸준히 읽을 생각힙니다.





영어말하기

영어문법, 쓰기, 읽기 모두 혼자서 공부가 가능한데, 말하기는 예외입니다. 영어를 아주 잘 하는 친구에게 개인교습을 받았는데, 비싸기도 하거니와 잡담에서 끝나기 일쑤라서 그만뒀습니다. 해외영업에 종사하는 지인이 자신은 인터넷을 통해 영어 스터디를 만들어서 공부 했노라 알려 주셔서 저도 찾아봤습니다. 영어 스터디를 전문적으로 하는 카페가 있더군요.

비슷한 학습 수준의 사람들과 함께 하는 공부에 발전이 있을지 걱정했는데, 제 수준에서는 영어를 내뱉는 훈련부터가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실용영어 외우기, 스피치, 단어 스피드 퀴즈, 토론까지 2시간 30분의 학습은 준비하는 과정과 수업 모두 큰 공부가 됩니다. 사실, 우리 반에서 제가 제일 못 합니다. 예전같았으면 하루 나가고 안 나갔을건데...홍당무처럼 빨개진 얼굴로 수업시간에 자리를 채우고 있습니다.

▶▷ 영어 스터디 카페 '이투피플' 바로가기

스터디와 함께 영화 대본을 외우고 있습니다. 이것도 문법 가르치는 한일 선생님이 추천한 방법입니다. 일년에 세 개 정도 외워보랍니다. 일례로 선생님은 알라딘을 외웠고 타잔을 추천하시길래 저도 아예 애니메이션을 골랐습니다. 안 들리는 부분을 애써 들으려 애 쓰지 말고 대본을 확인하면서 외우라고 하더군요. 아직 퍼펙트하게 외우려면 멀었습니다.


나이 서른에 영어공부가 이렇게 재미있을 줄 몰랐습니다. 문법 읽기 쓰기 스터디까지 어느 것 하나 즐겁지 않은 공부가 없습니다. 그래서 무작정 하고 있는데, 요즘 슬슬  "왜 영어공부를 열심히 해?"라는 질문을 듣습니다. 저도 궁금합니다, 제가 왜 이러는지. 재미 이상으로 구체적인 목표를 세워야 할 때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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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연기자들의 수준높은 연기가 빛나는 연극 <뱃사람>


오랜만에 연극을 한 편 관람했습니다. 공짜라면 덥석 물고 보는 성미. 아는 분이 연극을 보여주신다 길래 묻지도 않고 무조건 따라나섰습니다.


 
<뱃사람>. 제목 그대로 바다에서 생활하는 ‘뱃사람’들의 이야기일 것이라고 확신했는데, 이는 비유적인 상징일 뿐 모진 풍파를 견뎌야 하는 뱃사람과 같은 인생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영국 극작가의 작품으로 아일랜드 설화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고 합니다.


뱃사람 / 작자미상

땅 위에서 안락하게 사는 사람은 알지 못한다, 내가 얼음처럼 차가운 바다 위에서 어떻게 겨울을 나는지 고생스럽고 불안한 가운데, 정처 없이 떠돌며 사랑하는 벗도 없이, 해일이 소나기를 뿌리며 지나갈 때 고드름에 매달려...


‘안락함’과는 거리가 먼 불안하고 정처 없는 다섯 남자들의 이야기가 바로 연극 <뱃사람>입니다.
배경은 영국의 더블린으로 술에 절어 사는 막장들의 삶을 크리스마스 이브라는 특별한 시간을 통해 보여줍니다. 겉으로는 소박하고 따뜻해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썩을 대로 썩은 인간들. 그들에게 신은 어떤 존재일까. 과연 신은 그들을 기억하기나 할까. 구제불능 인간들과 신의 영역에 있는 자의 대립, 그 결말은? 연극은 후반에 가서야 그 내용이 명확해집니다.

다소 무거운 주제이지만, 유머러스한 수다와 작은 사건들이 재미있게 펼쳐지기 때문에 머리 쥐어짜는 고통은 절대 없습니다.

▶▷ 연극 <뱃사람> 자세한 내용보기


사진에서 보다시피 TV에서 많이 보아왔던 중년 연기자들이 익숙합니다. ‘연기 잘한다’ 정도가 아니라 연기의 진수를 보여줍니다. 젊은 연기자들의 발연기가 TV를 꿰차고 있는 요즘이라, 이 분들의 연기가 더더욱 감동스럽습니다. 하.지.만. 딱 여기까지입니다.

너무 졸립니다. 극 초중반에 무척 졸았습니다. 다 보고나서 너도나도 졸았다는 한마디를 하더군요. 가가의 대사는 재미있는데, 하나로 모아지지 않습니다. 대사는 많은데 도대체 극이 어디를 향해가는지 모르겠습니다. 두 인물의 대결 양상이 드러나는 극 후반부터 내용이 이해되고 비로소 흥미진진해집니다.

첫 날 공연을 봤는데, 앞으로 더 다듬어지리라 기대합니다. 출연했던 연기자 이호재, 정동환, 이남희, 이대연, 이명호 님께 찬사를 보냅니다. 기회가 되면 이 분들이 출연하는 다른 연극도 보고 싶네요. 

스산해지는 가을에 연극 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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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모에나디아(Aimo e Nadia), 와인 마시기 좋은 레스토랑


와인을 마시고 싶다면 단연 아이모에나디아를 추천합니다. 본인이 가지고 간 와인을 추가비용 없이 마실 수 있기 때문에 음식 가격이 좀 비싸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다른 와인 레스토랑에 비해 저렴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레스토랑 이름은 Aimo e Nadia(아이모 에 나디아). 이태리 밀라노에 있는 레스토랑 이름이랍니다. 미슐랭 쓰리 스타를 받았고, 아이모는 남편 이름, 나디아는 부인이름이구요. 이름만 따온 것인지 사업적 제휴를 맺은 것인지는 홈페이지에 안 나와 있습니다.

제가 갔던 곳은 서초점. 서울고등학교를 낀 사거리에서 서초역 방면으로 가시다보면 오른쪽에 삼성출판사가 있는데, 그곳 1층입니다. 테라스와 레스토랑 모두 널찍한데 사진에 다 담지는 못 했네요. 잠실과 목동에도 있습니다.

아이모에나디아 Aimo e Nadia 홈페이지 바로가기


테이블 세팅

우리가 가져간 와인 2병과 샴페인

에피타이저로 나오는 빵과 마늘 호박

안심과 야채가 곁들어진

훈제 고기와 야채 과일을 개인접시에 담은 것. 올리브를 왕창 먹을 수 있음.

너무 더워서 테라스는 사용하지 않았지만 분위기 아주 좋음

저녁 때 레스토랑 실내


음식맛 좋습니다. 저희는 이미 저녁을 한바탕 먹고 갔기 때문에 간단히만 먹었습니다. 음식 사진을 제대로 다 못 찍어서 아깝네요.

이 레스토랑에서 제일 불편한 점은 메뉴판입니다. 이태리 말로 길게 써 놓아서 아래에 있는 한글조차 제대로 눈에 들어오지 않더군요. 메뉴를 보기 편하게 바꾸었으면 좋겠는데^^

하우스웨딩도 하고, 돌잔치도 합니다. 만만한 가격이 아니겠지만 뭐 능력되시는 분은 이용하셔도 괜찮을 듯 합니다. 분위기가 좋아서 데이트하기에도 좋지만, 일요일 낮엔 가족 손님이 많습니다. 그래서 좀 시끄러우니까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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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타포트 첫 방문기


지산하고 갈라져서 그런가 좀 썰렁했습니다. 마지막 날인 7월 26일에 갔는데, 오후 4시 쯤 도착했더니 횡~하던걸요. 지산하고 왜 갈라졌는지...참 안타까웠습니다.

돗자리 펼쳐놓고 낮잠자다, 밥 먹다, 1박2일 보다 하니깐 날이 어둑어둑해지고, 슬슬 발동이 걸리더라구요. 아쉽지만 재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입구

처음 도착했을 때

자리부터 잡았습니다

입장용 팔찌와 성인인증 노랑 팔찌. 술 담배 사려면 노란팔찌가 꼭 필요합니다.

건장한 청년들의 뒷태는 아름답다. 펜타포트 티셔츠가 예쁘네요.

서브 스테이지

구경중인 경찰관들


음악을 소재로 한 영화 상영관

가장 재미있게 보고 들었던 프랑스 밴드 The Inspector Cluzo


The Inspector Cluzo. 프랑스 밴드인데, 드럼하고 기타 딱 2명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쾅쾅하는 사운드가 상당히 '락'적입니다. 보컬이랑 기타를 맡고 있는 파마머리 아저씨가 어찌나 f로 시작하는 단어를 많이 쓰는지 귀에 거슬렸는데요, 이런 걸 보면 저도 나이를 먹었나봅니다^^ 그 파마머리 아저씨가 잭 블랙을 좀 닮은 듯 합니다.

메인무대 마지막을 장식한 부활

김태원 아저씨


아이들과 같이 가족나들이 삼아서 온 분들도 꽤 보였고, 유모차 끌고 온 사람들도 있었다는... 노래 소리가 크면 아기 귀를 틀어 막더군요^^

매년 펜타포트 오던사람들이 지산으로 꽤 갔던데^^; 아쉽습니다. 그래도 이런 축제는 너무 재미있어서 항상 기다려집니다. 내년에는 더 재미있기를, 그곳에 또 갈 수 있기를~

▶▷ 펜타포트 홈페이지 구경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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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에 시간 있으면 나랑 결혼 할래요?" 뮤지컬 <웨딩펀드>


"혹시, 5월에 시간 있으세요?"

당신이 5월에 시간이 있다면, 그리고 독신주의자가 아니라면 "나"와 5월에 결혼하자! 왜? 결혼만 하면, 3825만원을 손에 쥘 수 있으니까!

저 제안이 솔깃하다면, 무슨 내막인지 궁금하다면 당신은 <웨딩펀드>를 재미있게 볼 수 있다.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금액이 너무 적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도 <웨딩펀드>를 재미있게 볼 수 있다. 계속되는 춤과 노래, 출중한 배우들의 연기가 당신을 홀릴 것이므로.



제목 <웨딩펀드>는 주인공인 29살 동갑내기 세 친구 세연, 정은, 지희가 모아놓은 공동적금을 가리킨다. 누구든지 제일 먼저 결혼하는 사람이 갖는 것이 그녀들의 룰! 어느 날 갑자기, 지희가 선 본 남성과 결혼을 선포하면서 갈등이 시작된다. 이대로 돈을 뺏길 수 없는 정은은 4년간 사귄 고시생 남자친구와 결혼할 결심으로 찾아갔다가 다른 여자가 생긴 것을 알게되고, 그대로 차인다. "부숴버릴거야"를 외치면서 복수를 결심하지만, 돈은 돈! 어떻게든 적금을 지희에게 뺏기지 않기 위해 세연에게 결혼을 종용한다. 남은 기간은 한달, 그 안에 어떻게든 결혼을 하기 위해서 옛 남자들을 하나씩 찾아가는 세연...

<웨딩펀드>는 공연 내내 크고 작은 웃음을 선사한다. 웃음의 포인트는 29살 여성들의 솔직한 대화이다. 가장 친한 친구라고 해 놓고는 결혼한다니깐 뒤에서 '뇬'을 주구장창 붙여가며 질투를 하고, 이번 달 월세는 자신이 냈다고 유세한다. 질투하던 친구가 결혼이 깨졌다니깐 앞에선 위로하고 뒤에서 고소해한다. 하하하. 슬쩍 찔리지만 사실이다. 29살 뿐만 아니라, 19에도 그랬고, 서른 된 지금도 친구를 향한 마음은 질투와 우정을 교묘히 오고간다. 이러니 <웨딩펀드>의 그녀들에 공감을 안 할 수 없다. 여기에 性적인 대사를 살짝 섞기도 하는데 수위는 높지 않다. 그러니 그런 쪽으론 기대 말기를.

여성들이 주된 웃음을 만들어 간다면, 극 전체에 양념이 되어 크고 작은 웃음을 빵빵 터트리게 하는 인물은 주인공 세연의 오랜 친구로 같은 건물에 살고 있는 백수 ‘성호’이다. 멀티맨으로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한다. 어찌나 능청스럽게 연기를 잘 하는지, 역할이 변할 때마다 아주 자지러지게 웃었다. 연기와 노래, 모두 완벽한 남자 배우는 전병욱.



배우들의 출중한 연기와 춤, 노래 실력으로도 덮지 못한 단점이 있다.

첫째, 단순한 에피소드의 쉴 새 없는 나열, 산만하다.
춤과 노래가 쉴 새 없이 나온다. 노래 하나가 끝나서 감탄을 하고 있으면 벌써 다음 에피소드에서 웃음이 빵. 노래나 전 장면의 여운을 느낄 수 있는 잠깐의 쉴 틈은 줘야하지 않나? 극이 완급조절이 좀 미흡하다.

둘째, 노처녀들이 결혼을 못 했어, 그래서 뭐가 어쨌다고?
주제를 못 찾겠다. 주인공 세연이 과거에 좋아했던 남자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스스로를 돌아보게 됐다든가, 고된 현실에서 잊고 있었던 중요한 추억을 떠올렸다든가, 그래서 결혼을 안 해도 만족할만한 삶의 무엇을 찾았다든가... 그런 건 전혀 없다. 그저 뭐 헤어진 사랑의 확인 정도.

맨 처음 결혼을 하겠다고 선언한 지희의 결혼이 깨지면서 세 여자는 다시 뭉친다. 맥주를 건배를 하면서 하는 말은 “언젠간 나도 결혼할거야.”이다. 자신의 인생에도 언젠가는 즐거운 일이 찾아오길 노래부르며 공연은 끝난다.
공연 내내 즐겁게 웃을 수는 있어도 마음에 남는 여운이 <웨딩펀드>에 없다.

<맘마미아>에서 주인공 소피는 마지막에 결혼을 그만두고 더 넓은 세상을 보기 위해 떠난다. <한 밤의 세레나데>에서 엄마의 과거를 경험한 주인공은 그악스럽게만 보였던 엄마를 이해한다. <루나틱>은 정신병자가 된 사람들의 인생을 들춰보면서 삶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렇게, 마음에 남는 무엇, 작가가 이 극을 왜 썼는지 이유가 되는 주제 하나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웨딩펀드에는 그게 없다. 그래서 <웨딩펀드>의 재미는 가볍기만 하다.

대기실에 있는 포토존


 
마지막으로 <웨딩펀드>에 대한 몇 가지 정보.
연극 <오월엔 결혼할거야>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지하철로 내려가는 계단 벽에 <웨딩펀드>와 <오월엔 결혼할거야>가 나란히 붙어 있다.

또 CJ엔터테인먼트가 제작에 참여한 규모가 꽤 큰 뮤지컬이다. 소극장을 생각하고 갔다가 객석 규모를 보고 깜짝 놀랐다. 1,2층 합쳐서 정확히 373석이란다. 찾아보니 사전홍보도 꽤 했더라.
<웨딩펀드>, 여성들만 좋아할 것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남자들의 웃음소리가 훨씬 크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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