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신부입장할 때 제 손을 꼭 잡아주세요
지난 주 목요일이 아버지 돌아가신 지 49일, 제 결혼식 30일 전이었습니다.
아빠, 큰 딸이 결혼합니다.
"너와 좋은 한 팀이 되겠다."고 말씀하셨던 바로 그 '박군'과 결혼합니다.
아버지 돌아가시기 한달 전에 치러진 상견례.
아파서 깡마른 자신의 모습이 결혼에 해가 될까봐 상견례 자리를 마다했던 아빠에게 "아빠 안 나가면 나도 상견례 안 해!"하고 뗑깡부릴 땐 스스로 독종이라 여겼는데, 지나고 보니 잘 했단 생각입니다.
아빠의 고통을 몰라라한 죄는 크지만, 아빠가 아프다고 위축되는 것이 싫었습니다.
아픈 아빠도 내 아빠.
단 10분이라도 내 아빠로 공식적인 자리에 나서주길 원했습니다.
꽤 오랜시간 동안 즐겁게 얘기 나누시던 양가 부모님을 볼 때는 뿌듯했습니다. 모셔오길 잘 했다...
11월에 상견례, 그리고 아버지 돌아가신 12월...
시어머니께서 "슬픔은 살면서 잦아들 테다, 상견례하고 결혼이 너무 늦어지면 잘못 될 우려가 있는데 그러면 더 큰 문제 아니겠냐, 예정대로 진행하자"고 제의하셨고, 저도 맞는 말씀이라 생각해서 3월 결혼을 결정했습니다.
아빠,
납골함 옆에 청첩장 놓아드렸으니 잘 찾아오실 수 있죠?
약도 보지 않아도 찾아오시는 길은 아실 겁니다.
아버진 언제고 늦은 적이 없으니, 30분 전에는 충분히 도착 하실거라 믿습니다.
신부입장의 신호가 떨어지면 제 손 위에 아빠 손을 살포시 얹어주세요.
박 군과 저, 아빠까지 우리 셋이 '좋은 한 팀'이 되어 행진해요.
박 군과 저로 구성된 좋은 한 팀의 인연을 부디 아빠가 맺어 주세요.
아빠가 손 잡아주시길 기다리겠습니다.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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