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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5.09 진료시간 1분, 의사는 대화를 싫어한다?! (59)
진료시간 1분, 의사는 대화를 싫어한다?!


창피한 병명부터 공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 이름도 흔하고 유명한 '발톱무좀'! 얼마 전에 이 병(?)에 의료보험이 적용된다는 사실을 알고 치료를 받기로 했습니다. 해당 약을 먹기 위해선 간 수치부터 검사해야 된다고 해서 지난주에 피를 뽑아 놓고, 어제 그것을 확인하고 약도 타오기 위해서 병원을 갔습니다.

퇴근 후에 간 병원은 한산해서 가자마자 호출을 받았습니다. 들어가서 의사와 인사하며 자리에 앉았습니다.


의사 : 어디, 발 좀 다시 봅시다.
: (운동화, 양말을 벗고 쑥쓰럽게 발을 들이민다)
의사 : (한번 본 후) 그래, 무좀에 가깝네.
: (후다닥 양말과 양말을 신고) 네.
의사 : 간수치 정상으로 나왔어요. 약 먹으면 됩니다. 일주일치 먹고 나머진 쉬었다가 한 달 후에 병원 와요.
: 일주일 이후엔 안 먹어도 된다구요?
의사 : 맞아요. 간수치 볼래요? (서류 보여주며) 정상이에요.

서류에는 영문과 숫자가 적혀 있었는데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 어디에 정상이라고 적혀 있나요?
의사 : 여기 40이 기준인데 이 숫자보다 적게 나왔잖아요. 그럼 된 거에요. 정상이에요.
:  (책상에 있던 서류를 들고 보면서) 간수치는 숫자가 적을수록 좋은 건가요, 적당한 선이 있나요?
의사 : 본인이 정상입니다. 그 종이는 놓고 나가세요. (무언가를 쓰기 시작하는)
: 아, 예. 감사합니다. (진료실 나가는)

 
이게 끝입니다. 지난번에도 너무 짧게 진료를 받아서 이번에는 물어보고 싶은 게 많았는데, 의사가 "...놓고 나.가.세.요."하면서 고개를 돌려버리니까 머쓱해져서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나와서는 언니(간호사, 간호조무사, 코디네이터?? 매번 들어도 까먹습니다)를 붙잡고 왜 바르는 약에 대해선 언급이 없는지, 약이랑 보약이랑 같이 먹어도 되는지, 효과는 언제부터 어떻게 나타나는지, 완치가 정말 되는지 등등 궁금했던 질문을 모두 했습니다. 친절히 대답해 주셨고요.

병원에 자주 가는 편이 아니지만, 갈 때마다 의사들의 진료 시간은 무척 짧았습니다. 지난  겨울에 감기가 심해서 내과를 갔는데, 진료실에 들어가서 증상에 대해 설명을 시작하자마자 의사가 청진기 갖다 대고, 입 벌려서 목구멍 들여다보고, 목에 칙칙이(?) 뿌리기를 순식간에 해치우더니 "요즘 유행하는 몸살감기"란 진단을 내리고 나가서 주사 맞으라더군요. 저의 말은 끝나지도 않았는데, 의사의 볼 일은 이미 끝난 겁니다.

제가 갔던 병원에 대기자가 많았다면 말도 안 합니다. 내과에는 한 명 있었고, 피부과에 처음 갔을 땐 뒤에 아무도 없었으며, 오늘 갔을 땐 한 명 있었습니다. 저는 주로 병원의 한가한 시간을 물어보고 예약하기 때문에 사람이 많은 적이 없었습니다.

대기자가 별로 없었음에도 왜 그 내과 의사는 제 설명을 끝까지 듣지 않았을까요? 별 것 아닌 다 똑같은 설명은 들으나마나 한 걸까요? 왜 피부과 의사는 질문하고 있는 중에 나가라고 했을까요? 제 생각에는 "놓고 나가세요." 보다는 "더 물어볼 것이 있나요?'라고 말해야 옳은 거 같은데, 제가 어려운 걸 바랐나요?

그 내과의사에게는 제가 수없이 똑같은 증상을 가진 환자 중 하나였지만, 저는 감기 증상으로는 몇 년 만에 처음 병원을 찾을 만큼 지독하게 앓고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피부과 의사에게는 매일 보아 온 발톱무좀 환자겠지만, 저는 3년간 발톱무좀에 시달리면서도 병원 찾을 생각을 못 할 만큼 무지함에 갇혀 있다가 의료보험으로 저렴하게 치료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희망의 빛'에 가슴이 벅차서 병원을 찾았습니다.



무조건 중병을 가진 환자를 대하듯 돌봐달라는 게 아닙니다. 수십 분씩 할애해 달라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제 얘기를 끝까지 듣고, 저에게 질문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는 겁니다. 저는 정말이지 너무나 의사와 대화를 나누고 싶습니다. 왜냐? 저는 문제를 가진 환자이고, 그들은 해결을 도와주는 의사니까요 - 이것이야말로 대화를 충분히 나눠야하는 제1의 이유가 아닐까요?

피부과에는 한 달 후에 다시 가야 합니다. 그때는 의사가 나가라고 해도 못 들은 척하고 궁금한 것을 물어보고 싶습니다. 그렇지만, 다시 의사가 고개를 돌리고 무심한 말투로 나가라고 한다면 또 머쓱해져서 그냥 나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자고로 병원에서는 좀 뻔뻔해야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나 봅니다.

 
Posted by 편지봉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