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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에 시간 있으면 나랑 결혼 할래요?" 뮤지컬 <웨딩펀드>


"혹시, 5월에 시간 있으세요?"

당신이 5월에 시간이 있다면, 그리고 독신주의자가 아니라면 "나"와 5월에 결혼하자! 왜? 결혼만 하면, 3825만원을 손에 쥘 수 있으니까!

저 제안이 솔깃하다면, 무슨 내막인지 궁금하다면 당신은 <웨딩펀드>를 재미있게 볼 수 있다.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금액이 너무 적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도 <웨딩펀드>를 재미있게 볼 수 있다. 계속되는 춤과 노래, 출중한 배우들의 연기가 당신을 홀릴 것이므로.



제목 <웨딩펀드>는 주인공인 29살 동갑내기 세 친구 세연, 정은, 지희가 모아놓은 공동적금을 가리킨다. 누구든지 제일 먼저 결혼하는 사람이 갖는 것이 그녀들의 룰! 어느 날 갑자기, 지희가 선 본 남성과 결혼을 선포하면서 갈등이 시작된다. 이대로 돈을 뺏길 수 없는 정은은 4년간 사귄 고시생 남자친구와 결혼할 결심으로 찾아갔다가 다른 여자가 생긴 것을 알게되고, 그대로 차인다. "부숴버릴거야"를 외치면서 복수를 결심하지만, 돈은 돈! 어떻게든 적금을 지희에게 뺏기지 않기 위해 세연에게 결혼을 종용한다. 남은 기간은 한달, 그 안에 어떻게든 결혼을 하기 위해서 옛 남자들을 하나씩 찾아가는 세연...

<웨딩펀드>는 공연 내내 크고 작은 웃음을 선사한다. 웃음의 포인트는 29살 여성들의 솔직한 대화이다. 가장 친한 친구라고 해 놓고는 결혼한다니깐 뒤에서 '뇬'을 주구장창 붙여가며 질투를 하고, 이번 달 월세는 자신이 냈다고 유세한다. 질투하던 친구가 결혼이 깨졌다니깐 앞에선 위로하고 뒤에서 고소해한다. 하하하. 슬쩍 찔리지만 사실이다. 29살 뿐만 아니라, 19에도 그랬고, 서른 된 지금도 친구를 향한 마음은 질투와 우정을 교묘히 오고간다. 이러니 <웨딩펀드>의 그녀들에 공감을 안 할 수 없다. 여기에 性적인 대사를 살짝 섞기도 하는데 수위는 높지 않다. 그러니 그런 쪽으론 기대 말기를.

여성들이 주된 웃음을 만들어 간다면, 극 전체에 양념이 되어 크고 작은 웃음을 빵빵 터트리게 하는 인물은 주인공 세연의 오랜 친구로 같은 건물에 살고 있는 백수 ‘성호’이다. 멀티맨으로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한다. 어찌나 능청스럽게 연기를 잘 하는지, 역할이 변할 때마다 아주 자지러지게 웃었다. 연기와 노래, 모두 완벽한 남자 배우는 전병욱.



배우들의 출중한 연기와 춤, 노래 실력으로도 덮지 못한 단점이 있다.

첫째, 단순한 에피소드의 쉴 새 없는 나열, 산만하다.
춤과 노래가 쉴 새 없이 나온다. 노래 하나가 끝나서 감탄을 하고 있으면 벌써 다음 에피소드에서 웃음이 빵. 노래나 전 장면의 여운을 느낄 수 있는 잠깐의 쉴 틈은 줘야하지 않나? 극이 완급조절이 좀 미흡하다.

둘째, 노처녀들이 결혼을 못 했어, 그래서 뭐가 어쨌다고?
주제를 못 찾겠다. 주인공 세연이 과거에 좋아했던 남자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스스로를 돌아보게 됐다든가, 고된 현실에서 잊고 있었던 중요한 추억을 떠올렸다든가, 그래서 결혼을 안 해도 만족할만한 삶의 무엇을 찾았다든가... 그런 건 전혀 없다. 그저 뭐 헤어진 사랑의 확인 정도.

맨 처음 결혼을 하겠다고 선언한 지희의 결혼이 깨지면서 세 여자는 다시 뭉친다. 맥주를 건배를 하면서 하는 말은 “언젠간 나도 결혼할거야.”이다. 자신의 인생에도 언젠가는 즐거운 일이 찾아오길 노래부르며 공연은 끝난다.
공연 내내 즐겁게 웃을 수는 있어도 마음에 남는 여운이 <웨딩펀드>에 없다.

<맘마미아>에서 주인공 소피는 마지막에 결혼을 그만두고 더 넓은 세상을 보기 위해 떠난다. <한 밤의 세레나데>에서 엄마의 과거를 경험한 주인공은 그악스럽게만 보였던 엄마를 이해한다. <루나틱>은 정신병자가 된 사람들의 인생을 들춰보면서 삶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렇게, 마음에 남는 무엇, 작가가 이 극을 왜 썼는지 이유가 되는 주제 하나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웨딩펀드에는 그게 없다. 그래서 <웨딩펀드>의 재미는 가볍기만 하다.

대기실에 있는 포토존


 
마지막으로 <웨딩펀드>에 대한 몇 가지 정보.
연극 <오월엔 결혼할거야>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지하철로 내려가는 계단 벽에 <웨딩펀드>와 <오월엔 결혼할거야>가 나란히 붙어 있다.

또 CJ엔터테인먼트가 제작에 참여한 규모가 꽤 큰 뮤지컬이다. 소극장을 생각하고 갔다가 객석 규모를 보고 깜짝 놀랐다. 1,2층 합쳐서 정확히 373석이란다. 찾아보니 사전홍보도 꽤 했더라.
<웨딩펀드>, 여성들만 좋아할 것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남자들의 웃음소리가 훨씬 크게 느껴졌다.
Posted by 편지봉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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