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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6.18 노래방도우미 불러주는 '친절한' 선배의 여자친구 (48)
노래방도우미 불러주는 '친절한' 선배의 여자친구


지난 며칠 새에 제 주변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제 일은 아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고민이 되는 부분이어서 올려봅니다.

1. A군의 이야기

절친한 고등학교 선배한테 연락이 왔다. 결혼을 앞두고 여자친구를 소개시켜 준단다. 오케이. 연락이 닿는 친구들과 함께 선배와 선배의 여자친구를 만났다. 직장에서 만난 두 분은 나이차이가 좀 났지만, 사귄지 오래되어 그런지 서로에게 익숙해 보였다. 

선배가 1차를 건하게 샀고, 2차로 옮기기로 했다. 2차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여 맥주와 노래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으로 결정했다. 자리를 잡고 앉자마자 예비 형수는 "제가 없어야 재미있게 놀죠. 가 볼게요."하고 가버렸다. 예비 형수 보자고 마련한 자리인데 자기가 없어야 재밌다니... 이해가 안 갔지만, 선배가 가만히 있는데 내가 계속 잡는 것도 아닌 것 같아 보내드렸다.

맥주가 들어오고 노래를 고르고 있는데, 갑자기 여성 3명이 들어왔다. 이게 뭐야! 알고 보니 예비 형수가 나가면서 부른 노래방 도우미들이었다. 이건 아닌데... 여성이 있다고 재미있지 않다. 오히려 불편하다. 선배에게 양해를 구하고 얼른 나가서 술집 사장님을 찾았다. "정말 죄송한데요, 뭔가 착각이 있었나봐요. 저 분들 좀 빼주실 수 있으세요?" 안 된다면 어쩌지? 사장이 웃으면서 대답했다. "아가씨 부른다고 나한테 돈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상관없어요." 사장은 당장 여성들을 불러냈고, 도우미들는 나오기가 무섭게 다른 방으로 나뉘어 들어갔다. 


2. B군의 이야기

친구를 만나서 술 한잔을 하고 있는데, 우리가 아는 동네 후배 녀석이 지나간다. 소문에 유학까지 갔다와서도 취업을 못 해 빌빌거린다는 녀석이다. 얼른 불렀다. 서로 안부를 묻고 소주잔을 기울였다. 얘기를 듣다보니 후배는 취업에 대해 상당히 주눅들어 있었다.

이 녀석을 어떻게 위로하지? 후배는 나와 내 친구가 대기업 다니는 것이 부럽다며 청승을 떤다. 그래, 돈 버는 형들이 좋은데 데려갈게! 큰 소리치고 나왔다. 룸에 들어가서 양주를 시켰다. 금방 여자 세 명이 들어왔고, 우리 옆에 각각 앉았다.

한참 기분좋게 놀고 있는데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한다. 여자친구다. 어쩌지? 모르는 척 하는 게 낫겠다. 계속 온다. 난리났다. 결국 받고 말았다. 여자친구가 화를 내면서 지금 어디냔다. 어설픈 변명을 하다가 들켜버렸다. 바로 튀어가서 손이 발이 되도록 빌었다. 며칠 간 빌어대자 여자친구의 화가 누그러졌다. 지금도 간혹 그때 얘기를 꺼내곤하지만, 헤어질 고비는 넘겼으니 다행이다. 


Where Troubles Melt Like Lemondrops
Where Troubles Melt Like Lemondrops by Thomas Hawk 저작자 표시비영리 너거들! 지금 뭐하냐?!!



술집에서 여자를 부르는 건 특별한 일도 아니지만, 먼 남의 얘기인 줄만 알았던 이런 내용이 점점 가까운 사람들의 경험담이 되어버리니 당장 내 남자친구에게 일어날 일만 같아 심각하게 걱정되었습니다. 아예 없앨 수 없는 이런 일이 내 남자친구에게 생긴다면 난 어떻게 해야할까? 싫으니까 헤어져야 하는지, '쿨'하게 인정해야 하는지... 생각이 이렇게 흐르다보니 A가 만난 선배의 여자친구가 이해 가더군요.

선배의 여자친구도 이렇게 갈등상황을 겪다가 '아예 뿌리 뽑을 수도 없는 일이니 인정하자' 생각했을 것 같습니다. 그게 더 발전해서, 아예 자신이 여성을 불러주는 '친절'까지 갔을 수도....있지만 참 씁쓸하군요. 너무 과한 친절이 아닌지...

저는 룸살롱이나 단란주점에서 여자를 옆에 두고 마신다는 게 극도로 싫습니다. 도대체 왜? 모르는 여성에게 무슨 짓을 하는거죠? 그렇지만 싫다고 아주 고개를 돌릴 수도 없는 문제임을 나이가 들면서 실감하고 있습니다.

A는 워낙에 여성을 부르는 걸 싫어하더군요. 친구들도 다 알고 그런 자리가 마련되어도 A에게는 권하지 않는답니다. B는 좋아하는 것 까지는 아니지만, 제 발로 걸어간 것을 보면 싫어하진 않나 봅니다. 술값이 100만원 정도 나왔다더라구요. 강남 아니라서 비싼 편은 아니라나...

지금 서른인데, 마흔에 쉰에는 어떨런지, 그에 맞춰서 저는 어떻게 변할런지, 걱정스럽고 화가 나고, 그렇습니다.
 
Posted by 편지봉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