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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2.06 주먹의 취향은? 2
  2. 2009.01.23 "외로워서, 지독히 외로워서 글을 씁니다"
주먹의 취향은?

티스토리 베스트를 훑다가 취향분석이란 제목을 보고 "역전의 용사"님 블로그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단순한 클릭만 몇번 하면 되기에 별 생각없이 까딱까딱 마우스 질을 하고 있는데, 제 취향에 대한 상세설명을 보고 너무 놀랐습니다.



참신하고 변덕스러운, 주관의 영역

어제는 내일 같지 않을 것이고, 변덕 외에는 아무 것도 지속되지 않을 것이다.” - 퍼시 B. 셀리

 

참신한, 희귀한, 새롭고 독특한 것들을 추구하는 영역입니다. 좋아하는 것에 특별한 기준은 없으며 오직 나 자신의 느낌과 주관, 변덕이 중요한 곳입니다.

 

개성도 줏대도 없는 따라쟁이들, 지적인 척 잘난 척하는 속물들, 너도나도 사보는 베스트셀러, 아줌마들이 떠들어 대는 뻔하고 지루한 연속극들은 추방될 것입니다.

 

이 영역에 속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 건방지거나, 못 생겼거나, 심하게 시대착오적인 것들에 비교적 너그러운 편 
     
  • 무엇에든 쉽게 질리는 경향. 이 때문에 끊임없이 더 새롭고 참신하고 희귀한 것을 찾는 편
     
  • 워낙 취향이 주관적이라 좋아하는 것에 기준이 있는지 확실하지 않음. 참신하고 희귀한 것이 좋다지만 너무 특이한 그림이나 소설은 싫어할지도 모르고, 지겹게 듣는 대중가요 중에도 뜻밖에 좋아하는 곡이 있을 수도 있음
     
  • 대중이 찾지 않는, 음지에 숨은 보석을 발견하는 재주가 있음. 우수한 언더그라운드 뮤지션, 아무도 안본 훌륭한 독립 영화 등 숨은 진주를 찾아내 사람들에게 알리는 문화 메신저의 역할을 하기도 함.

맨 위에 파란줄로 된 것이 타이틀인데 저의 취향은 <참신하고 변덕스러운 주관의 영역>입니다. 타이틀만 보고는 도대체 뭔 소린지 짐작이 안 됐는데 상세 설명을 보다 헉! 했습니다.

베스트셀러나 스테디셀러도 별로 믿지 않는 편 맞습니다. 아무리 대단한 책 운운해도 직접 확인해 보고 사는 편이죠. 아무리 별로라 그래도 읽어봐야 직성이 풀리기도 하구요.

'건방지거나 못 생겼거나 심대착오적인 것에 너그러운 편'은 제가 항상 견지하는 자세입니다. 몇년 전에 "싸가지 없을 권리"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고개를 한참 끄덕였죠. 이럴 수도 있구나 동감했습니다. 사람마다 '상식'이 다르다는 사실과, 나와 다른 의견을 인정하는 것 등 제가 노력하는 삶과 닮아 있는 해석을 보고 놀랐습니다.

좋아하는 것에 기준이 확실치 않은 것도 저의 성향 중 하나입니다. 누군가 "너는 일관되지가 않아."라는 말을 저에게 했습니다. 어쩌라고... 하하. 그 친구에게 이걸 보여줘야겠네요.

"변덕외에는 아무것도 지속되지 않을 것이다"는 말이 특히 가슴에 와서 박힙니다. 20대 후반에 와서 저 스스로 참 변덕스럽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아, 이렇게 확정지어버리다니...

저를 아시는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놀랄 정도로 공감이 가는 설명이라 블로그에 올려 봅니다. 재미삼아 할 만한 테스트인데, 제가 직접 링크 시키는 것보다 역전의 용사님 블로그에 가서 찾아 가도록 하는게 도리(?)같아서 해당 블로그를 링크합니다.

기형도 시집을 좋아하는 것도 정확히 맞췄습니다. 대학 때 끼고 다니던 시집입니다. 사진 올릴 것이 없으니 기형도 시인의 시집이나 올려보죠.

어이쿠 이미지가 작네요T.T





Posted by 편지봉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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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워서, 지독히 외로워서 글을 씁니다"



 
3년 전에 드라마 작가님 한 분을 알았는데, 누군가 질문을 던졌습니다. 왜 글을 쓰시나요? 그에 대한 답이 "외로워서" 였지요. 듣는 순간 그 말 그대로 제 가슴에 와서 콱 박혔습니다. 외.로.워.서. 눈물이 왈칵 쏟아질 듯 요동치는 마음을 들킬까봐 창 밖에 있는 우중충한 빌딩만 바라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얘기를 오늘 또 들었습니다. 이번에는 막 등단한 소설가가 그러셨답니다. "외로워서, 지독히 외로워서 글을 씁니다" 아. 3년 전 제 가슴을 때린 외로움을 다시 대면하다니. 제가 직접 들은 말은 아니지만, 가슴 절절이 느낌이 전해 왔습니다.

그리고 문득 떠올랐습니다. 외로울 때, 나는 무얼 했는가?

'나는 외롭지 않아. 외로웠던 적이 없어.'하고 당당하게 주장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저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끝까지 외로워 본 적이 없다고 우긴다면 저의 '외로움'이 당신에겐 다른 이름으로 불린게 아닌지 생각해 보라고 하겠습니다. 외로움은 인간이 가지는 본성이라고, 감히 짐작합니다.

어릴 때도 그랬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더욱 외로움을 의식하게 되었습니다. 나이에 비례한 직접 경험으로 외로움을 배워나갔는 지도 모릅니다. 크게 웃는 와중에도 외롭구나, 맛있는 걸 먹어도 외롭구나, 사랑하는 사람과 손을 잡고 있는 순간에도 외로울 수 있구나... 소통의 부재나 사회성의 부족을 들먹일 일이 아닙니다. 시작도 끝도 모르는 외로움은 항시 제 곁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때에 따라서 - 업무에 집중할 때, 화장실 볼일에 힘 줄 때 등등 - 외로움은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가 또 불쑥 올라오곤 합니다. 잔잔한 바다에 떠다니는 스티로폼 같이 수면을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이 외로움, 저의 외로움입니다. 도대체 이렇게 외로운 때 저는 글 안 쓰고 무엇을 했을까요? 저도 글을 썼더라면 저 분들처럼은 못 되더라도 그 언저리쯤은 될 수 있었을텐데…

키보드에 손을 올려 놓은 채로 가만 생각해보니… 저는 외로울 때 가만히 있었습니다. 외로움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것임을 일찍 깨우쳤나 봅니다. 이렇게나 가만히 있던 걸 보면.

외로워서 할 수 밖에 없는 일. 듣기엔 멋있고 운명같은 묵직함도 느껴지지만, 본인에겐 분명 고통이 따랐을 겁니다. 외로움은 '참아야' 하는 것이니까요. 외로움을 친구로 만들기 위해선 인내가 필요하고, 인내를 하더라도 살가운 친구가 되긴 힘든, 아주 요상한 놈입니다. 정체불명이죠.

외로울 때 영어 단어라도 외워볼까요? 영화를 한 편씩 볼 수도 있겠군요. 책도 있겠고요, 밥을 먹을 수도 있습니다. 일기를 쓴다던가, 애인을 못 살게 구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겠죠. 외로울 땐 이처럼 무엇이든 할 수 있습니다. 생각이 여기에 이르니, 외로움은 무언가를 하기 위한 원동력이 분명합니다. 그렇다면 제가 글을 쓰지 못한 이유는 원동력이 부족한 탓입니다. 즉, 위에서 언급한 작가들이 깊고 무거운 외로움을 가지고 있다면, 저의 그것은 얕고 가벼웠던 겁니다. 아하, 제가 훌륭한 무엇이 되지 못한 이유는 여기에 있었네요. 과연? 하하.  외로움에게 잘 해줘야겠습니다. 그래야 같이 으쌰으쌰해서 뭔가 해보지요.

지독한 외로움을 원동력으로 자신의 일을 해나가고 있는 분을 다시 만나서 다소 감상에 젖었습니다. 존경하면서도 가슴 아릿한 것이 밀려와서 몇 글자 적어봅니다. 여러분도 여러분의 외로움을 믿고 따르면 무엇이든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저부터 움직여 볼 심산입니다. 외로움과 함께.


주먹입니다

외로움을 손에 들고 움직이는 주먹

Posted by 편지봉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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