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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살아온 기적', 감사합니다 -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며



지난 토요일 오전, 시시각각 달라지는 뉴스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을 당시 제 손에는 책 한 권이 들려 있었습니다. 바로 얼마전에 세상을 떠난 장영희 교수의 마지막 에세이집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이었습니다. 장영희 교수가 3년간 척추암과 싸우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서 처음으로 쓴 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바깥세상으로 다시 나가리라. 그리고 저 치열하고 아름다운 일상으로 다시 돌아가리라.


아.. 무어라 말 할 수 없는 감정이 솟구쳤습니다. 누군가 다시 돌아오기를 염원한 삶과 그것이 괴로워 떠난 그 분. 상반된 두 삶이 똑같은 시간에 저를 덮쳤고, 죽음이라는 극단은 감당하기 어려웠습니다.  




장영희 교수의 글은 이렇게 끝났습니다.


(생략) 고통의 나날이 끝나지 않을 것 같았는데, 결국은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열심히 살며 잘 이겨 냈다. 그리고 이제 그런 내공의 힘으로 더욱 아름다운 기적을 만들어 갈 것이다. 내 옆을 지켜 주는 사랑하는 사람들, 그리고 다시 만난 독자들과 같은 배를 타고 삶의 그 많은 기쁨을 누리기 위하여…….



이런 추모글을 쓸 마음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이 힘들 때 힘내시라고 한 마디 못한 제가 원망스럽습니다. 검찰이 말하면 기자가 받아 적고...거기에 놀아난 사람은 바로 저였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그렇게 힘들고 괴로워할 때, '힘내세요.' 한 마디 적어드렸다면, 저는 그 분의 '내 옆을 지켜주는 사람'이 될 수 있었을테고, 그 분도 '다시 만난 독자들과 기쁨을 누리기 위해'서라도 살아야겠다 여기지 않았을까...

일어나지 않을 일 생각해서 무엇하겠냐만서도, 앞으로가 막막해서 자꾸 뒤로만 갑니다. 이 세상, 어떻게 살아야 바른건지... 이제까지 그랬던 것처럼 정치에 관심끄고 사는 게 내 맘 편한 삶인지, 그러다 또 이런 일이 생기면 추모글 남기고 끝나게 될까봐 두렵습니다.

지금은 온 마음 다해 그분을 추모할 시간인 듯 합니다. 어려움에 뛰어들기를 주저 않고, 자신의 뜻이 바른지 항상 고민했던 당신은 저에게 '살아온 기적'을 보여주셨습니다. 당신의 '살아갈 기적'을 기대했지만, 아쉽게 여기서 그치고 말았습니다. 제 눈에 안 보이는 어디에선가 또은 '역사'의 이름으로 '살아갈 기적'이 계속되기를 바랍니다.


 조형준 님이 그린 것을 <사람 사는 세상>에서 퍼왔습니다.
그림 출처 : http://member.knowhow.or.kr/user_photo/view.php?start=0&pri_no=999764526&total=3838&mode=&search_target=&search_word=

* 전영희 교수님의 책을 읽고 쓰려던 것이 뜻하지 않은 사건때문에 글의 방향이 달라졌습니다. 교수님의 솔직하고 소박한 글에 감명받았습니다.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은 김종삼 시인의 시 '어부'에서 따 온 것이라고 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Posted by 편지봉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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