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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살 언니의 결혼, 가장 많은 질문 "초혼이야?"


평소에 결혼 생각이 없던 외사촌 언니가 작년에 만난 분하고 사귀는 것을 보고 가족 전체가 긴장(?)했었죠. 친척들이 모이면 은근히 오가는 인사가 "00는 연애 잘 하고 있나?"였습니다. 언니에게 부담이 갈 것을 염려하여 면전에서는 말을 아꼈지만, 언니의 결혼은 큰 관심사였습니다.

지난달, 언니가 드디어 결혼을 했습니다. 서른 일곱의 적지 않은 나이였습니다. 언니 스스로야 서른 다섯을 넘기면서부터 슬슬 결혼하겠단 생각이 들었다니 문제가 안 되겠지만, 어른들은 훨씬 전부터 매우 신경을 쓰셨죠. 그래서 언니가 결혼하는 날 누구 하나 입이 귀에 걸리지 않은 사람이 없었습니다.


언니가 미용실에서 머리를 하고 있을 때, 제가 너무 들뜬 나머지 언니의 나이를 큰 소리로 공개해버렸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크게 놀라면서, 심하게 동안인 언니 얼굴을 노골적으로 쳐다보기 시작했습니다. 언니는 언니대로 창피하고, 저는 언니의 눈총에 민망하고... 당황해서 슬쩍 자리를 뜨려는데 사람들이 신랑의 나이를 묻더군요. 신랑도 역시 서른 일곱의 동갑내기라 대답하니 어떤 분이 "여자가 땡 잡았네."하고 농담을 던집니다. 하하하하

몇몇 분이 "저 사람들 초혼인가?"라고 소곤거리는데, 그때서야 아뿔사 했습니다. 마흔 가까운 나이만 생각하면 그런 오해를 충분히 살 수 있었죠. 형부가 그것을 들으시곤 허허 웃으시며 "초혼이라고 발표할까?"하고 농담으로 받으시더라구요.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무안했던 순간이었습니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서른 일곱의 언니가 결혼했다는 말을 하기 무섭게 따라오는 질문은 "초혼이야?. 언니가 초혼이라 대답하면 "상대도?". 네, 저희 언니와 형부는 초혼입니다. 두 분 모두 순수하고 정직해서 연애는 젬병에 가까웠지만, 결혼할 때는 작은 다툼 한번 없었습니다. 경제력도 어느 정도 갖추어 둔 터라, 집이며 가구며 모두 자신들의 힘으로 해결했습니다. 물론 규모는 소박했습니다. 

신혼여행을 다녀 온 언니 내외가 인사를 왔길래 인터넷으로 선물을 고르라고 했습니다. 주택광랜 XPEED100을 설치하고 속도가 잘 나와서 쇼핑은 죄다 인터넷으로 하는데, 마침 잘 됐죠. 다리미를 고르던 언니는 커튼으로 빠지더니 형부 쟈켓으로 옮겨가면서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언니도 결혼 전에 주택에서 살았는데 속도가 느려서 홈쇼핑은 힘들었다고, XPEED100으로 아주 신이 났습니다. 새댁 한복을 입고 인터넷하는 모습이 웃겨서 찍으려는데 언니의 거부가 완강하여 실패했습니다. 대신 속도 인증샷입니다. 



집들이까지 마친 언니는 본격적으로 신혼의 일상을 즐길 일만 남았습니다. 그네들의 행복에 나이는 아무 관련이 없어 보입니다. 서른 일곱 동갑내기 부부의 행복을 빕니다~^^


Posted by 편지봉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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