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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2.18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 우리가 꿈 꾸는 세상 (2)

퇴근 후 저녁식사를 마치고 무심히 리모콘을 누르다가 깜짝 놀랐다. 몇 개월 전에 한창 화제가 됐던 '임신한 남자'가 오프라 윈프리 쇼에 나오고 있는 중이었다. 아...저 사람....그래, 사진으로 봤더랬지.

몇 개월 전에 내가 본 '임신한 남자'의 사진. 오프라가 신기한 듯 '임신한 남자'의 배를 만지고 있다.

그랬다. 처음 봤을 때는 이 세상 곳곳에서 벌어지는, 셀 수 없이 많은 수의 기상천외한 일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트랜스젠더니, 남자가 임신이라니 - 별 일이 다 있네, 정도였다. 사진 아래 달린 짧은 캡션을 읽은 몇 초의 관심이 전부였다.

 

하하...그 사람을 오늘 다시 보게되었다.

 

'임신한 남자'의 이름은 토마스다. 남자가 되기로 결심하기 전까지는 '트레이시'라고 불렸다. 미인대회에 출전할 정도의 미인이었다. 대학에 와서 성정체성에 대해 고민을 하다 남자가 되기로 결심을 했단다. 토마스의 부인은 '낸시'이고, 전 남편 사이에서 두 딸을 두었다. 딸들도 스튜디오에 나와서 엄마와 토마스에 대해 인터뷰했다.

 

오프라의 자세는 진지했고 조심스러웠다. '임신한 남자' 아니, 토마스에게 궁금한 것은 모두 묻되, 웃음거리나 단순 흥미거리가 되지 않도록 조심하는 태도가 역력했다. 오프라는 나라도 했을 법한 질문을 던졌다. "수술 전 당신은 레즈비언이었나?" "당신이 잘못된 몸을 가지고 태어났다고 생각했나?" "언제부터 남성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나?왜?" "수술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했나?(자시히 물었고, 토마스는 성실히 대답했다)" "왜 임신했나?" "임신하는 과정은?" 등등

 

토마스는 대답했다. "어렸을 때의 느낌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 지 모르겠어요. 아주 어려워요." "수술은 가슴만 한 상태입니다." "남성이 되겠다고 결심한 이후에도 아이를 갖고 싶다는 마음은 바뀌지 않았기 때문에 수술은 가슴만 했습니다. 하지만 남성 호르몬제로 인한 변화는 있습니다." 등등. 그 어떤 질문에도 무척 솔직했던 토마스는 아내 낸시를 무척 사랑하는 헌신적인 남편이자 아이를 갖고 싶은 사람임을 견지했다.

낸시와 토마스 부부. 그들은 대부분의 부부들이 그러하듯 아이를 가졌다. 오직 그들만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토마스는 자신의 임신 사실을 공개하기 전에 여러 단체에 전화를 걸어서 문의했다고 한다. 자신과 비슷한 경험을 가진 트랜스젠더들은 공개하기를 말렸단다. 세상은 아직 자신들을 이해할만한 준비가 되어있지 않을거라고..그래도 부부는 자신들의 입으로 직접 말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오프라가 마지막에 한 말이 인상적이다.


 

 

 지금부터 50년 혹은 100년 후에 사람들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며 살아갈지는 모르겠지만 (중략) 다양성과 정상의 의미를 다시 정의하게 될 겁니다.


 

하하하... 토마스는 정상인가 비정상인가? 토마스와 결혼한 낸시는??

 

정상과 비정상이 흑과백의 논리로 통하는 지금 이 세상에서, 토마스와 낸시는 그 경계 어디쯤에서 살고 있는 듯 하다.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야 말로 우리가 꿈 꾸는, 천국 같은 이상향일지도 모른다. 부디 그 곳에서 토마스와 낸시 자유롭고 행복하게 아이들을 키워내길 바란다. 굿 럭!!

Posted by 편지봉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