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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4.29 소신대로 말하기의 어려움 (9)
소신대로 말하기의 어려움


얼마 전, 재미있는 기사가 눈에 띄었습니다.

캘리포니아 대표로 나선 캐리 프리진에게 미국사회의 뜨거운 감자, 동성결혼에 대한 질문이 주어집니다.
[인터뷰:페레즈 힐턴, 심사위원]
"최근 버몬트주가 4번째로 동성결혼을 합법화 했는데 모든 주에서 이를 따라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Vermont recently became the fourth state to legalize same-sex marriage, do you think every state should follow suit: why or why not?)
대답은 단호합니다.
[인터뷰:캐리 프리진, 미스 캘리포니아]
"결혼은 남성과 여성이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를 공격할 의도는 없지만 이게 내가 배우고 자라온 방식입니다."
(In my country and in my family, I think that, I believe that marraige should be between a man and a woman no offence to anybody out there, but that's how I was raised and that's how I think it should be between a man and a woman Thank you.)
프리진의 소신있는 답변에 방청객도 환호와 야유가 엇갈립니다.문제는 이 질문을 한 심사위원이 공개적인 동성애자였다는 점. 미 언론들은 점수를 계속 앞서나가던 프리진이 이 답변으로 왕관을 넘겨주고 2위에 머물렀다고 지적했습니다.
시민들의 의견은 엇갈립니다.
[인터뷰:캘리포니아 주민]
"세계의 여성을 대변하려면 좀 더 사려깊은 표현을 썼어야 합니다."
(she is trying to be a voice of women all around the world, I think she ought to have used a little better judgement.)
[인터뷰:캘리포니아 주민]
"적절한 답변이라 생각합니다. 정치적 이유로 의견개진을 두려워 한다면 그게 끔찍한 일입니다."
(I think she did answer the question right, it was her opinion, if people are afraid to give their own opinion for political correctness then there might be a negative backlash, that is an awful thing.)
...<출처 : YTN 원문보기>


제가 미스 캘리포니아였다면, 동성결혼에 찬성 안한다는 본인 의견을 절대 솔직히 말하지 않았을 겁니다. 세계의 평화사절단을 자처하는 미녀대회 수상자들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소수’를 껴안는 답변을 해야 우승에 가까워진단 걸 알고 있으니까요. 분명 저 여성도 어떤 답변이 유리한지 알고 있었으리라 생각됩니다.
(※ 동성결혼에 대한 미스 캘리포니아의 의견에 찬성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동성결혼에 대한 찬반을 논하는 것이 아님을 알아주세요.)

미인 대회에서 나오는 질문과 답변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환경을 지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일 수 있냐, 앞으로의 꿈은 뭐냐,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무엇이냐 등 대답도 뻔한 그런 것들. 소위 낯간지러운 ‘착한 척’이 물씬 풍기는 대화가 오고가는 것이 미인대회 무대입니다. 미스 캘리포니아도 그 연장선에 있으면 되는 거였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듣기 원하는 대답, 정확한 찬반은 피하면서 적당히 얼버무릴 수 있는 대답...이렇게만 하면 그녀는 원하는 우승을 달성할 수 있었는데, 마지막 질문에서 소신발언을 하는 바람에 2등으로 내려앉았습니다.

소신과 다르게 말한다고 누군가 다치거나, 피해를 끼치는 게 아니잖아요? 아무 피해 없이 본인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면, 누구나 소신보다는 원하는 목적을 이룰 수 있는 대답을 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소신을 밝히는 것이 어렵습니다. 아는 사람 몇이 모인 자리에서도 때론 머뭇거리는데, 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장소에서, 그것도 손해와 이익이 갈리는 소신 밝히기라면 오죽 어렵겠습니까. 이것이 미스 캘리포니아의 의견과 다른 생각을 가진 제가 그녀에게 박수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제가 못하는 것을 그녀는 했으니까요. (그녀가 멍청하거나, 1등을 자신한 자만에서 비롯된 실수가 아니길 바랍니다.)

미스 캘리포니아의 소신대로 말하기는 인상적이지만, 저는 여전히 자신이 없습니다. 소신대로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 갈등을 유발하거나, 원하는 것을 놓치는 이유가 되거나, 상대가 기대하는 대답이 아닐 경우 저는 또 움츠러들지도 모릅니다. 미운털 박혀가면서까지 소신을 밝히는 것이 일개 소시민인 저한테 과연 필요한지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순간의 갈등은 여전합니다. 튀지 않고, 묻어갈 수 있는 조용한 생활을 택할 것인가? 아니면, 내 소신을 밝히고 다소 불편한 상황을 감내할 것인가? 타인을 의식하는 마음과 스스로 당당하려는 의지가 팽팽한 접전을 벌이고 그 승부는 끝날 것 같지 않습니다.

미스 캘리포니아는 지금 저 대답을 후회하고 있을까요??


Posted by 편지봉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