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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1.25 유망한 삼성맨의 이유있는 퇴사 (10)
  2. 2009.02.19 순대는 한번에 썰 수 없다 (10)

유망한 삼성맨의 이유있는 퇴사


3년전쯤에 대학교의 취업 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 삼성 직원 한 분을 소개 받았습니다. 소위 스펙도 좋고, 내부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전도유망한 인물이었습니다.

지난 달 중순쯤에 이 '삼성맨'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간단히 소주를 마시는데, '삼성맨'이 아무렇지 않게 회사를 그만두려고 한다는 말을 했습니다. 제가 많이 놀라서 이것 저것 물어보았습니다. 유망한 직원이었고 자신의 업무에 대한 확실한 신념과 체계를 갖춘 사람으로 제가 멘토로 생각하는 분이라 더욱 놀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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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LVER_SAMSUNG_LOGO.jpg by rogergordon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학부시절 이분의 꿈은 학생을 가르치는 일이었습니다.
스스로 선생님은 단지 꿈이라고 생각하고, 그저 남들이 하는 것처럼 취업준비를 하다가 대기업에 입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남들은 좋은 회사에 들어갔다고 축하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가르치고 싶은 꿈은 더욱 커졌습니다. 교육대학원을 염두에 뒀지만, 잦은 해외출장과 많은 업무양 때문에 도전하지 못했습니다.

한번은, 아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중소기업의 교육회사를 신입으로 들어갈 계획도 세웠지만 해당 회사에서도 너무 부담스럽다는 반응을 보였고 정작 본인도 지금까지 이뤄왔던 모든 것들을 쉽게 버릴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도저히 꿈을 버릴 수 없었습니다. 결국 삼성의 타이틀을 버리고 본인의 꿈을 위한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교육과 관련된 회사를 새롭게 들어가서 더 많은 학생들을 만나고 더 자유로운 교육을 하기 위해 회사에 사표를 제출했다고 합니다.

제가 가장 많이 물어봤던 질문은 후회하지 않겠느냐였습니다. 그 분은 앞으로 할 일에 큰 비전과 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새롭게 도전하는 회사에서는 당연히 급여도 작고, 복리후생도 대기업에 미치지 못합니다. 주변이나 거래처와 명함을 주고 받을 때도 전에 비해 대우가 다를 것 입니다. 기존에는 거의 갑의 입장이었다면 이제부터는 을의 입장이 되어 직장생활을 하게 됩니다. 본인이 진정 하고픈 일을 찾아가는 전직 삼성맨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내가 과연 그 분의 입장이라면 그런 결단을 내릴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사회생활에 알게 모르게 찌들어가는 모든 직장인 분들께도 박수를 보냅니다. 

Posted by 편지봉투

순대는 한번에 썰 수 없다


안녕하지 못한 하루가 저녁 7시를 넘겼습니다. 온다는 비가 신통치 않게 내리더니 지금은 그쳤는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네요. 배는 부른데 머리 속은 텅 비어 아무 것도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다행히 사무실에 혼자 있을 시간이 생겼습니다. 

학업부진아가 되어버린 느낌입니다. 업무는 하루를 넘기기에 급급하고, 생활은 진창 속에 빠져서 한 걸음 나아가는 것이 힘에 부칩니다. 내가 무엇을 잘못했던가. 돌아보고 돌아봐도 황사 낀 뿌연 하늘마냥 분명한 것 없이 답답합니다.

내용과 아무 상관 없으나 예쁘죠?

아무래도 며칠 전에 받은 전화 한 통이 원인인 것 같습니다. 예전 직장의 상사가 갑자기 전화를 주셨습니다. "야이 자식아, 넌 안부 전화 한 통을 안 하냐!"는 원망을 시작으로 제 현재 생활을 꼬치꼬치 캐묻더니 "왜 그렇게 됐어."로 마무리 하셨습니다. 왜.

"왜 그렇게 됐어."의 의미란, 꿈 이루겠다고 큰 소리치고 나간 녀석이 어찌하여 본인의 장담과는 다른 장소에 앉아 있냐는 겁니다. 왜긴 왜겠어요, 뜻 대로 안 된거죠. 세상에 널린 뻔한 스토리 아니겠습니까, 노력했으나 이루지 못 했다는, 듣기도 말하기도 지겨운 그것.

2008년 겨울에 친구의 떡볶이 장사를 도와 주면서 생전 처음 순대를 썰어 봤는데, 그게 참 안 썰리더라고요. 순대껍질이 얇고 미끌거려서 요령이 없으면 썰 수가 없습니다. 친구는 척척인데… 딱 한번 썰어보고 다시 못 썰었어요. 손님은 밀려드는데, 초보자인 제가 연습삼아 잡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얼마 안 있어 친구가 장사를 접었습니다. 딱 한번은 셈에 들지 않는다,는 외국 속담도 있다던데, 저는 한번의 경험으로 '나는 순대를 못 써는 사람'이라는 결론을 낸거죠. 두고두고 아쉬운 순대 썰기입니다.

옛 직장 상사에게 성공했다고도 실패했다고도 대답하지 못한 건 순대 썰기와 같은 아쉬움이 남았기 때문입니다. 난 딱 한번 도전했을 뿐인데. 그게 비록 1년이 걸린 일이긴 했지만, 제 인생에서 딱 한번의 도전이었죠. 변명 같지만 제 마음 속에는 분명 그렇게 남았습니다. 한번은 셈에 들지 않으니 두 번에서 이루지 못하면 그때 '실패'란 단어를 쓰겠노라. 변명같네요.

여전히 비 오는 소리는 들리지 않습니다. 가뭄 해갈은 언제 될런지. 하늘이 원망스럽습니다.

사실, 저의 노력은 끝을 보인 듯 합니다. 스스로 확신이 있었다면 "왜 그렇게 됐어."에 분명한 답을 했겠죠. 서른에도 전 여전히 방황하고 있습니다. 질풍노도의 시기는 끝날 줄을 모르네요.

전 어디로 가고 있을까요?

Posted by 편지봉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