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워서, 지독히 외로워서 글을 씁니다"



 
3년 전에 드라마 작가님 한 분을 알았는데, 누군가 질문을 던졌습니다. 왜 글을 쓰시나요? 그에 대한 답이 "외로워서" 였지요. 듣는 순간 그 말 그대로 제 가슴에 와서 콱 박혔습니다. 외.로.워.서. 눈물이 왈칵 쏟아질 듯 요동치는 마음을 들킬까봐 창 밖에 있는 우중충한 빌딩만 바라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얘기를 오늘 또 들었습니다. 이번에는 막 등단한 소설가가 그러셨답니다. "외로워서, 지독히 외로워서 글을 씁니다" 아. 3년 전 제 가슴을 때린 외로움을 다시 대면하다니. 제가 직접 들은 말은 아니지만, 가슴 절절이 느낌이 전해 왔습니다.

그리고 문득 떠올랐습니다. 외로울 때, 나는 무얼 했는가?

'나는 외롭지 않아. 외로웠던 적이 없어.'하고 당당하게 주장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저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끝까지 외로워 본 적이 없다고 우긴다면 저의 '외로움'이 당신에겐 다른 이름으로 불린게 아닌지 생각해 보라고 하겠습니다. 외로움은 인간이 가지는 본성이라고, 감히 짐작합니다.

어릴 때도 그랬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더욱 외로움을 의식하게 되었습니다. 나이에 비례한 직접 경험으로 외로움을 배워나갔는 지도 모릅니다. 크게 웃는 와중에도 외롭구나, 맛있는 걸 먹어도 외롭구나, 사랑하는 사람과 손을 잡고 있는 순간에도 외로울 수 있구나... 소통의 부재나 사회성의 부족을 들먹일 일이 아닙니다. 시작도 끝도 모르는 외로움은 항시 제 곁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때에 따라서 - 업무에 집중할 때, 화장실 볼일에 힘 줄 때 등등 - 외로움은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가 또 불쑥 올라오곤 합니다. 잔잔한 바다에 떠다니는 스티로폼 같이 수면을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이 외로움, 저의 외로움입니다. 도대체 이렇게 외로운 때 저는 글 안 쓰고 무엇을 했을까요? 저도 글을 썼더라면 저 분들처럼은 못 되더라도 그 언저리쯤은 될 수 있었을텐데…

키보드에 손을 올려 놓은 채로 가만 생각해보니… 저는 외로울 때 가만히 있었습니다. 외로움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것임을 일찍 깨우쳤나 봅니다. 이렇게나 가만히 있던 걸 보면.

외로워서 할 수 밖에 없는 일. 듣기엔 멋있고 운명같은 묵직함도 느껴지지만, 본인에겐 분명 고통이 따랐을 겁니다. 외로움은 '참아야' 하는 것이니까요. 외로움을 친구로 만들기 위해선 인내가 필요하고, 인내를 하더라도 살가운 친구가 되긴 힘든, 아주 요상한 놈입니다. 정체불명이죠.

외로울 때 영어 단어라도 외워볼까요? 영화를 한 편씩 볼 수도 있겠군요. 책도 있겠고요, 밥을 먹을 수도 있습니다. 일기를 쓴다던가, 애인을 못 살게 구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겠죠. 외로울 땐 이처럼 무엇이든 할 수 있습니다. 생각이 여기에 이르니, 외로움은 무언가를 하기 위한 원동력이 분명합니다. 그렇다면 제가 글을 쓰지 못한 이유는 원동력이 부족한 탓입니다. 즉, 위에서 언급한 작가들이 깊고 무거운 외로움을 가지고 있다면, 저의 그것은 얕고 가벼웠던 겁니다. 아하, 제가 훌륭한 무엇이 되지 못한 이유는 여기에 있었네요. 과연? 하하.  외로움에게 잘 해줘야겠습니다. 그래야 같이 으쌰으쌰해서 뭔가 해보지요.

지독한 외로움을 원동력으로 자신의 일을 해나가고 있는 분을 다시 만나서 다소 감상에 젖었습니다. 존경하면서도 가슴 아릿한 것이 밀려와서 몇 글자 적어봅니다. 여러분도 여러분의 외로움을 믿고 따르면 무엇이든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저부터 움직여 볼 심산입니다. 외로움과 함께.


주먹입니다

외로움을 손에 들고 움직이는 주먹

Posted by 편지봉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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