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맥 매카시의 <더 로드 The Road>, 멸망 뒤에 삶이 있었다


1.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코맥 매카시

시작은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였다. 영화의 아득한 피비린내에 도취되어, 내친김에 책을 찾아 봤다. 도통 모르겠다. 작가가 무슨 메시지를 전하려는지 분위기는 느끼겠는데, 머리로 이해가 안 된다. 답답하다. 분명 뭔가 말하고 있는 사람의 입은 보이는데 소리는 전혀 들을 수 없는 답답함. 분명 작가는 불친절하다. 따옴표 조차 안 쓴다.

코맥 매카시를 찾았다. 종잡을 수 없는 지식이 넘쳐나는 온라인으로도 건질 내용이 별로 없었다. 유명한 작가라는 확인은 되었다. 유명했군. 작가는 자신의 사생활을 철저히 숨겨두었나보다. 에잇. 한참 후에 손을 털고 일어났다. <피의 자오선>? 후에 눈에 띄면 읽어봐야겠다. 그게 다 였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불친절한 미국 노인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였고 상도 많이 받았다,가 내가 알 수 있는 전부였다.

코맥 매카시? 매카시즘의 매카시야? 혹 그를 아는 사람이 있나 물어보면 이런 대답을 듣기 일쑤다. 그 사람은 아닌데 나도 누군지는 잘 몰라. 미국의 유명 잡지에서 뽑은 100대 소설 중 상위에 꼽히고, 헤밍웨이나 멜빌 같은 유명한 작가의 계보를 잇는대나, 암튼 그래.

2. 대재앙으로 멸망한 문명, 길 위에서 삶은 계속된다 <로드> 


등장인물도 줄거리도 간단하다. 아버지와 아들이 길을 걸어간다. 이미 지구에는 대재앙이 닥쳐서 문명이 몰락했다. 재가 날리는 하늘은 햇빛을 가렸고, 버려진 도시는 재만 가득하다. 아버지와 아들처럼 살아난 사람들은 서로를 피해 숨었다. 사람이 사람을 잡아 먹는 세상. 그래서 아버지는 언제든 자살할 수 있도록 두 발이 장전된 총을 몸에 지닌다.

아버지와 아들은 음식을 찾기 위해 이미 몇번이고 털렸을 빈집을 또 뒤지고, 마트를 뒤지고, 쇼핑센터를 뒤진다. 음식을 찾으면 먹고 없으면 굶는다. 딱 한번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방공호를 발견해서 며칠 간 풍족하게 먹고 쉴 수 있었으나 다시 길로 나선다. 누군가에게 발견되면 잡아 먹힐지도 모르니까. 해안가에 도착하면 희망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폐허 속의 희망. 죽음 속의 희망. 희망, 그들은 며칠을 굶고 사람을 잡아 먹은 현장을 목격하면서도 그 희망을 향해 길로 나간다. 도착한 해안가엔, 그들이 지나온 세상 어디나 그랬듯, 어둠과 죽음 뿐이었다.

「다음 날 정오에 도시를 통과했다. 권총은 금방 손에 잡을 수 있도록 카트 위에 접은 방수포에 올려놓았다. 소년을 옆에 바짝 붙이고 걸었다. 도시는 대부분 탔다. 생명의 흔적은 없었다. 거리의 차에는 재가 떡처럼 덮여 있었다. 모든 것이 재와 먼지로 덮여 있었다. 마른 진창에는 화석 흔적들. 문간에는 말라붙어 가죽만 남은 시체 한 구. 빛을 향해 얼굴을 찌푸리고 있었다. 남자는 소년을 더 바짝 잡아당겼다. 네가 머릿속에 집어 넣은 것들은 거기 영원히 남는다는 걸 잊지마. 한번 생각해보렴. 남자가 말했다. 
어떤 건 잊어먹지 않나요?
그래. 기억하고 싶은 건 잊고 잊어버리고 싶은 건 기억하지.」

3. 희망도 강요되어 질 수 있다

임신한 여자가 속한 한 무리가 지나간다. 다음 장면에서 갓 태어난 태아로 추정 되는 것이 바베큐처럼 구워지고 있다. 토 할 듯한 메스꺼움이 몰려왔다. 지옥에 다름아닌 세상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살아야하는 이유가 뭘까? 왜 그들을 자꾸 길로 내보내고 걷게 만드는걸까? 혹시 살 수 있는 무엇이 있을지 모르는 해안에서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면 아버지는 결론을 냈어야 하는 것 아닐까? 세상이 변화에 따라 모든 것이 바뀌어야 한다. <로드> 속 세상에선 '희망'이란 단어는 사라져야 한다. 작가여, 희망을 강요하지 말아라. 그것도 폭력이 될 수 있다.

마지막 장에서 희망을 찾은 아들을 확인했어도 난 죽음의 이미지를 놓을 수 없었다. 그만큼 <로드>를 읽는 내내 멸망한 지구가 보여줄 수 있는 암울함을 온 몸과 마음으로 겪어낸 것이다. 책을 읽는 며칠 동안 굶어 지낸 사람은 나였고, 죽음과 사투를 벌인 이도 나였다. 아버지와 아들 옆에 서서 지옥보다 더 지옥같은 세상을 함께 걸었다. 책을 덮고 나서도 한동안 헤어나올 수 없었다. 아들이 마지막에 찾은 희망을 믿을 수 없다. 믿기엔 너무 짧다. 더 보여달라.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다.

4. 길 위에 아버지와 아들, 영화로 그려지다

할리우드는 멸망한 세상을 걸어나가는 아버지와 아들을 돈 주고 사서 영화로 보여주겠단다. 지구의 종말을 폐허를 시체를 잘 묘사하리라 믿는다. 그러나 부디 그들의 희망은 희망답게 보여주지 않았으면 한다. 할리우드식으로 매끈하게 잘 빠진 희망이 나올까 걱정된다. <로드> 속 희망은 그것과 전혀 다르다. <로드>의 희망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모양이어야 한다. 가슴 먹먹함으로 쥐어 짤 눈물도 없는, 모든 것을 체념한 후에 나올 수 있는 희망이 <로드>의 희망이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식의 정공법이면 통할 수도 있겠다. 영화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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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세상을 바꾸다> 두번째 - 블로그 제대로 하자

드디어 책을 다 읽었습니다. 정독과 속독을 번갈아 했는데, 목차를 보고 원하는 부문만 읽어도 좋을 듯 합니다. 블로그가 정말 세상을 바꿨는지는 다 읽은 지금도 의문입니다. 미국의 기업 문화에는 다소 영향을 미쳤나 본데, 제가 본 국내 대기업, 중견기업의 블로그들을 보자면 그들의 홈페이지와 무엇이 다른지 구분이 안 가는 것이 더 많았습니다. 사실, 이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업과 블로그, 마케팅과 블로그, 개인과 블로그에 더욱 고민해 볼 지점을 <블로그 세상을 바꾸다>를 통해 배웠습니다.



다음은 <블로그 세상을 바꾸다>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16페이지를 간단히 줄여서 빠진 부분이 많습니다. 제대로 확인하고 싶다면 책을 읽으셔야 합니다. 구체적 예를 제외한, 각 타이틀의 정의가 될 만한 내용만 가져왔습니다. 블로그를 하는데 아주 기본적인 내용이지만, 항상 명심해야 할 조언입니다.

제대로 된 블로깅을 위한 조언

조언 1 : 제목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검색 엔진 결과를 의미한다.
블로그의 제목은 여러분이 자신의 시장을 형성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보다 구체적인 제목을 단다면 해당 주제에 관심이 있고 해당 제품과 서비스에 흥미가 있을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블로그를 보다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조언2 : 시작하기 전에 많은 블로그를 읽어보라.
블로깅을 시작하기 전에 다양한 블로그를 읽어서 블로그에 무엇이 있는지를 이해하도록 하라. 다른 블로그를 읽는 것은 자신의 블로그를 쓰는 데 영감을 받기도 하며, 이미 이야기된 것과 여러분이 그 이야기에 기여할 수 있는 것에 대한 아이디어를 주기도 한다.

조언 3 : 간단하게 하라. 중심을 잃지 말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수많은 블로그를 최대한 짧은 시간에 가능한 많이 보려 한다. 다른 사람이 여러분에 대해 말하게 하고 여러분에 대한 정보를 다른 곳으로 옮기기를 원한다면, 그렇게 하기 쉽게 만들어 주어야 한다.

조언 4 : 열정을 보여라.
조언 5 : 권위를 보여라.

이 두가지 조언은 서로 별개이지만 여러분의 블로그에서는 통합되어 있어야 한다. 좋은 기업 블로그는 열정적인 동시에 권위 있는 것이어야 한다.
한 주제에 대한 열정을 어떻게 보여주는가? 자주 게시물을 등록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다.
권위는 성공하는 블로그의 또 다른 필수 요소이다. 아는 것에 대해 블로그하라. 여러분이 관심을 갖는 오디언스에게 여러분의 지식을 과시하라.

조언 6 : 코멘트를 더하라.
좋은 블로그는 일방적 PR채널이 아니라 대화를 하는 채널이어야 한다. 여러분이 완전히 통제를 하지 못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이겨내야 한다. 그리고 확대되고 재생산되는 현상을 인정하라. 코멘트를 허용하지 않는다면, 여러분의 기업 블로그는 PR채널로 인식될 가능성이 있고 신뢰를 받거나 추종을 받기가 힘들어질 것이다.

조언 7 : 접근하기 쉽게 하라.
예상치 않았던 근사한 일이 일어나길 바란다면, 사람들이 여러분의 블로그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라. 여러분은 누가 여러분과 접촉하고 싶어 하는지 혹은 그들이 여러분의 비즈니스나 경력을 어떻게 바꿔 놓을 지 알 수 없다.

조언 8 : 이야기를 하라.
기업 블로깅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당신과 당신 회사의 이야기를.
좋은 이야기의 요소를 생각해보라. 갈등은 강력한 도구이고, 비즈니스 저자들은 그 갈들을 많이 이용한다.

조언 9 : 링크를 많이 하라.
여러분의 적에게 링크를 하라. 경쟁사에 링크하라. 모두에게 링크하라. 고착되게 하지 말고 링크를 많이 하라. 여러분의 독자들에게 절대적인 최고의 자원이 되어라. 그러면 독자들은 많은 링크로 보답해줄 것이다.

조언 10 : 현실 세계로 나오라.
인기 있는 블로거가 된다면 가능할 때 나가서 말을 하라. 패널의 일원도 되라. 여러분을 진짜 사람임을 확인시켜 줄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나 만남의 행사에 참가하라.

조언 11 : 참조 로그를 이용하라.
참조 로그는 누가 여러분의 사이트에 링크 했는지와 그 사이트로 여러분이 얼마나 많은 방문자를 보내고 있는지를 추적하는 기술이다.

※ 출처 <블로그 세상을 바꾸다> 책 소개 보기

마지막으로 책에서 줄기차게 강조한 점, "진정성"입니다. 블로그는 진실 되게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블로거들이 단박에 알아본다고 합니다. 참으로 고개가 끄덕이는 대목입니다. 다른 사람들의 포스트를 읽으면서 저도 느낀 점이고, 반대로 제 블로그에 진정성이 있는가를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진정성에 대해선 앞으로 더 노력해야겠습니다.

위 조언을 읽다가 속으로 뜨끔했던 것이 "권위" 였습니다. 권위를 갖기 위해선 공부도 많이 해야겠지만, 나의 강점을 찾기 위해 스스로를 깊이 들여다보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여겨집니다. 이거 참, 블로그 제대로 하려다가 자기성찰까지 미치게 되네요.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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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블로그를 만들기 위한 다섯가지 <블로그 세상을 바꾸다>



<블로그 세상을 바꾸다>를 보고나선 반감이 먼저 들었습니다. 저 거창한 제목이라니. 블로그가 뭐라고 세상까지 바꾼다니, 이건 가히 "내가 네 인생을 바꿔주마."식의 사이비 종교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블로그에 입문하고 나서 생각이 살짝 바뀌었죠. 세상은 몰라도 제 생활은 차츰 변했습니다. 어디를 가면 생전 안 찍던 사진을 찍고, 무엇을 찍어야 남들과 다른 나만의 시선을 보여줄까 고민하고, 블로그에 올리기 위해서 깊이 생각하고, 주제를 잡고, 형식을 구성해나가는… 어렴풋한 변화 속에서 저 책을 읽어봐야겠단 결심이 섰습니다. 여전히 '세상을 바꾼다'는 마음에 안 들었지만.

빌린지 한참 되었는데 읽어내기가 쉽지 않아 아직도 읽는 과정입니다. 미국 내 블로그 역사를 기반으로 했기 때문에 당연히 사람 이름 영어죠, 블로그 관련 단어들 다 영어 입니다. 거기까진 이해하겠는데 영어 문장을 그대로 해석해 놓아서 문장이 난삽하달까요, 참 불편합니다. 제가 까다로운건지…

그래도 미덕은 있습니다. 제가 제일 유용하게 본 내용은 '성공적인 블로그를 위한 다섯 가지 조언'입니다.

성공적인 블로그를 위한 다섯 가지 조언

◎ 판매가 아닌 이야기를 하라.
블로깅은 반 광고 감정이라는 환경에서 비롯된 것이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것에 대해 보고 알기 위해 블로그를 방문한다. (중략) 여러분이 그들에게 판매를 한다면 그들이 그저 떠나기만 해도 여러분은 운이 좋은 것이다. 운이 좋지 않은 경우, 블로고스피어는 여러분이 블로깅이라는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악용하고 있다는 의혹들로 들끓게 될 것이다. (이하 생략)

◎ 자주 게시물을 올리고 재미있게 하라.
트레오너츠의 앤드류 카튼은 반드시 최소한 매일 한 번 블로그를 한다고 했다. 그는 가끔 재미있거나 유용한 이야깃거리를 생각하느라 하루의 많은 시간을 소비하는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중략) 물론 우리가 말했듯이 자주 게시물을 올리면 검색 엔진 랭킹이 높아지고, 재미있게 하면 다른 블로거들이 여러분에게 링크를 걸게 된다.

◎ 알고 있고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해 써라.
이것은 아무리 말해도 지나치지 않다. 좋은 블로그는 열정적이고 권위를 보인다. 블로그에서 판매를 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것일 수 있지만 아는 것과 관심 있는 것을 보이는 것은 여러분이 블로그를 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중략) 사람들은 여러분의 글이 유용하고 재미있으며, 여러분을 신뢰하게 되기 때문에 여러분에게서 물건을 살 것이다. 

◎ 블로깅은 비용을 절감하지만 시간이 든다. 
(생략) 좋은 블로거가 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다른 블로그들을 읽고 링크하며 코멘트를 달면서 대화에 참여해야 한다. 여러분이 쓰는 것에 대해 조사를 해야 하고 알고 있는 사실을 점검하고 재점검해야 한다. 이는 시간이 걸리고, 우리와 인터뷰한 이들 중 블로깅을 그만둔 사람들은 하나같이 시간을 주된 이유로 들었다.

◎ 사람들이 여러분에 대해 하는 말을 들음으로써 더 똑똑해진다.
(생략) 여러분은 여러분이 하는 일 중 고객들을 화나게 할 만한 일에 관해 배운다. (중략) 요즘 돼 이렇게 반 기업 정서가 강한지 생각해 볼 때, 우리는 대기업이 일반인들의 말을 듣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인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하며, 블로깅이 이런 면에서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출처 : <블로그 세상을 바꾸다> 로버트 스코블, 셸 이스라엘 / 홍성준, 나준희 역 / 체온365 / 2006.12.12

그리고 또 하나. 블로그를 하려면 악플을 수용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겁니다. 저는 아직 겪어본 적 없지만,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 긴장하고 있습니다. 아, 무서운 악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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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카페 - 혼자도 좋고 넷도 좋아요 <커피 볶는 곰다방>


곰다방

혼자 즐기기에 좋아요


친구가 혼자 가기에 좋은 커피점을 아느냐고 물어서 생각난 곳입니다. 홍대에 있는 작은 커피 전문점 <커피 볶는 곰다방>. 작은 공간을 꽉 채우는 담배연기만 이겨낼 자신이 있다면 몇 시간이고 앉아 있기 좋습니다. 혼자서. 4인용 테이블이 2개 있으니 네 명이 한 팀이라면 괜찮지만 그 이상의 숫자라면 무리가 있습니다.

'봐도 되고 안 봐도 되는 menu라오' 털보 그림은 주인 아저씨를 닮았습니다. 메뉴에는 전부 커피만 있는데, 아래로 내려올수록 진합니다.


곰다방은 홍대 정문 앞 롯데리아를 끼고 들어가는 작은 골목에 있습니다. 아는 사람 아니면 굳이 안 들어갈 것 같은 별로 눈에 안 띄는 골목 ― 인 줄 알았는데, 홍대 자주 드나드시는 분들은 다 알더라구요. 골목 안에 싸고 배부른 밥집이 옹기종기 모여 있어서 사람들도 많이 드나들더군요. 저만 모른게죠, 하하.

큰 스피커. 때론 시끄러워요.

음악테잎을 덮은 개성 넘치는 그림



곰다방은 생긴 지 얼마 안돼서부터 알게 되었어요. 친한 언니가 곰다방 사장님과 일면식이 있어서 한번 가본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그 언니가 워낙 커피를 좋아해서 마시기도 하고 원두도 사가곤 했죠. 전 따라다니는 수준이었고, 지금도 여전히 그 정도입니다. 저도 커피를 즐기긴 하지만 카페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편이라 자주 마시진 않거든요. 특히 곰다방 커피를 마신 날에 식은 땀 나고, 심장 뛰고, 정신 몽롱한 상태가 더 심해요. 아무래도 제대로 된 커피라 그런가보죠? 흣.


사장님이 출판사를 다녔던 분이시라 책이 많은가 봅니다. 때론 아주 두꺼운 책에 얼굴을 떨구고 계십니다. 내부 조명이 어두워서 과연 읽는 게 맞는지 궁금했는데 물어본 적은 없어요^^ 커피+음악+책+여유, 더 이상 바랄게 있나요?

무한정 리필. 전 네 잔까지 마셔봤어요.

커피잔은 제각각.


지금도 커피향이 느껴질 정도입니다. 혼자서 커피향에 담뿍 취하고 싶은 분에게 대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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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남자> 따라잡기 - 남산 데이트



<꽃보다 남자>에서 남산 데이트가 나오길래 한번 가봤습니다. 서울에 살면서 제대로 남산 타워를 올라가 본 적이 없었기에 이 때가 기회가 싶었습니다.

티켓 : 성인 왕복 7000원


밤에 갔더니 사람이 거의 없어서 티켓 구입 후 바로 탑승할 수 있었어요. 매번 긴 줄 때문에 엄두를 못 냈었는데... 이게 다 <꽃보다 남자> 덕분이려나?^^

얼마 전에 새로 바뀐 케이블카 드라마에선 요게 나왔었죠.


케이블카를 타고 짧은 거리를 올라 왔습니다. 금방 올라갑니다. 밤이라 야경이 잘 안 찍혀서 못 올립니다. 잔디와 준표의 낭만은 따라잡기엔 카메라가 너무 후졌습니다.

트리의 정체는 테디베어

타워 앞 광장에 설치된 트리


드디어 올라왔습니다. 서울타워 앞 광장(?)에 있는 테디베어 트리입니다. 빨간색과 하얀색의 조화가 나름 돋보입니다. 계속 둘러보죠.

아시다시피 팔각정. 조명발 굿.

유명한 설치미술가의 작품이라는데 밤에 보니 실감납니다. 멋져요.


요즘 서울타워에선 매 정각마다 레이저 쇼를 합니다. 카메라가 안 좋아서 못 잡았지만, 저 타워가 색색으로 바뀌는 조명 쇼인데요, 볼만 합니다. 2% 부족하지만... 테디베어 전시는 제가 너무 늦게 가서 못 봤습니다. 딱히 보고 싶은 생각도 없었지만, 서울타워의 볼거리는 야경을 빼면 그닥 없습니다. 전 하늘을 나는 아저씨 조형물이 제일 괜찮았습니다.

잔디의 3만원짜리 커피. 내려가는 케이블카 기다리는 곳에 있습니다.


사진은 많이 찍었는데 기능과 기술 부족으로 잘 안 나왔습니다. 서울타워를 둘러본 뒤 궁금해졌습니다. 요즘 놀 곳이 얼마나 많은데, 준표는 왜 하필 이 곳을 택했을까? 관광객 중 고등학생처럼 보이는 사람은 거의 없던데, 그들은 왜 하필 이 곳에서 만났을까? 그것도 첫 데이트를. 그리고 깨달았습니다. 촬영지로선 괜찮은 곳이라는 사실을. 서울의 랜드마크답게 도시의 야경이 한 눈에 들어오는 이 곳은 촬영하기엔 꽤 괜찮은 장소입니다. 아무래도 고등학생 준표의 선택이라기 보단 촬영을 위한 감독의 선택이라는…당연한 내용이지만 씁쓸합니다. 준표의 궤적을 밟으려 했는데, 그게 별로 안 느껴져서. 하하, 서울의 다른 낭만을 찾아봐야겠습니다. 잔디와 준표,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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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고한 종소리 - 워낭소리 old partner




1. old partner - 노동으로 엮인 관계
중노동의 세월. 일한만큼만 먹을 수 있던 과거부터 그들은 함께였다. 할아버지가 한발 내딛으면 소도 한발 내딛었다. 할아버지가 밥 한 그릇이면 소도 죽 한 사발이었다. 그렇게 40년을 살았다. 인간의 100년 보다 긴 소의 40년 인생과 중노동으로 점철된 노인의 고된 삶을 나는 강남 한복판에 세워진 영화관에 앉아 감상했다. 수십년 중 단 일초도 게으를 수 없었던, 그들이 온 몸으로 겪어낸 노동에 깊이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었다. 보면 볼수록 할아버지와 소가 당하는 육체의 고통이 절절히 느껴졌다. 자꾸 눈물이 나온다. 아파서도 아니고 불쌍해서는 더더욱 아니다. 저들의 반의 반만큼도 안 되는 일을 하면서도 만족하지 못하는 스스로가 한심하고 창피했다.




2. 한 컷마다 살아 있는 장인정신
다큐라고 해서 사실, 카메라는 별로 기대하지 않았다. TV를 장악한 흔들거리는 6m 카메라가 심히 못마땅한 처지라 내 돈을 몇 천원씩 주고 보는 큰 스크린에서까지 그런 걸 보고 싶진 않았다.
3년을 찍었다고 한다. 쉽게 말해서 숫자 3이지, 하루로 셈하면 그 단위가 만만찮다. 깊은 산골의 농촌 풍경이 살아 있었고, 계절의 변화가 컷 마다 느껴졌다. 할아버지와 소의 투샷, 할아버지 얼굴의 극단적인 클로즈업 등은 물론  청개구리, 잠자리 인서트까지 한컷 한컷마다 장인정신이 살아있었다. 3년간 몇 개의 테잎이 촬영되었는지, 오디오가 잘못되어 아까운 장면을 버린 적은 없는지, 3년간 감독은 어떻게 돈 벌어 생활을 해나갔을지 소소한 촬영과정이 전부 궁금했다. 편집하면서 아까운 장면을 버려야 할 때 얼마나 속이 쓰린지 적게나마 경험이 있기에 감독이 편집하면서 들였을 공이 가히 짐작된다.
잘 만든 다큐는 참 재미있었다. 다큐가 '재미있다.'




3. 워낭은 죽지 않았다 - 다큐의 음악은 '워낭소리'
소가 조용히 눈 감던 날, 숨이 떨어지기 직전에 할아버지는 본인 손으로 코푸레와 워낭을 떼 냈다. 할아버지는 머리가 아파서 누워 있다가도 소의 워낭소리만 들리면 움찔하곤 했는데… 소의 목 밑에서 풀려난 종-워낭은 이제 할아버지의 낡은 집 처마끝에 매달렸단다. 소가 움직이는 듯 바람이 불 때면 워낭소리는 땡, 땡, 할아버지 곁을 지킨다.

다큐를 완성하는 음악은 다름아닌 워낭소리였다. 매 걸음이 인생의 마지막 걸음처럼 무거워 보였던 소의 움직임은 워낭소리가 있었기에 생명력이 느껴졌다. 소가 지치면 워낭소리도 지쳤고, 소가 꾸준히 걸으면 워낭소리도 힘이 났다. 소가 살아 있음을 알려주는 워낭, 워낭소리. 워낭소리는 소의 생명이자, 기운이었고, 할아버지와 소가 나누는 교감 그 자체였고, 다큐를 완성하는 음악이었다. 아름다운 화면과 함께 소리로 기억될 다큐이다.

4. 내래이션은 할머니의 잔소리
다큐를 이끄는 해설은 할머니의 잔소리였다. 할머니는 농약치는 사람을 부러워하며 "저 여자는 농약 치는 남편 만나서 편히 살고, 나는 소한테 해 갈까봐 농약 절대 안 치는 남편 만나서 고생한다."고 부지런히 '설명'한다. "라디오도 고물, 할아버지도 고물" 이라고 껄껄 웃기도 하고, "열 여섯에 시집와 할아버지 만나서 이꺼정 일만 하고 고생한다."고 신세한탄도 늘어 놓는다. "팔아! 소 팔아!"하고 할아버지를 닦달하다가도 소가 안쓰럽고, 아픈 할아버지가 걱정이다. 어떤 내레이션이 할머니 잔소리만 했을까. 다큐가 웰메이드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5. 잘 가라, 소야. 참말로 고맙다.
다큐의 시작은 소의 죽음을 알린다. 소를 위해 불공을 드리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들이 애쓰지 않아도 소는 그들의 마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소가 그 많은 땔감을 해 놓은 것도 그래서가 아니겠는가. 소의 죽음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진 이유는 소의 그런 마음을 너무 생생히 느꼈기 때문이다. 소는 몸이 불편한 할아버지의 다리였고, 함께 일하는 동료였고, 같이 사는 가족이었고, 작은 움직임에도 마음이 쓰이는 친구였다. 할아버지에게 소 또한 그런 존재였으리라. 할아버지 할머니 소가 전하는 관계의 울림이 눈물이 되어 콸콸 쏟아졌다. 나의 인생에도 저런 파트너가 있어주길…



6. 할아버지 할머니 건강하세요
도시와 시골의 대비만큼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삶은 다른 나라 이야기 같았다. 내가 앉아 있는 영화관과 봉화 산골마을의 거리, 딱 그 거리만큼의 괴리감. 그러나 내가 '동화같은' 이라든가 '정겨운 시골 풍경' 따위의 단어를 쓸 수 없는 이유는 노인의 얼굴에 깊게 파인 세월과 노동의 흔적 때문이다. 그런 세월을 겪어낸 이에게 몽롱하고 불분명한 단어는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한다. 또 난 시골생활을 해 본적이 없기 때문에 정겨웠던 적도 없다. 그들의 현실에 열렬한 응원의 박수를 보내며, 나도 내 현실을 더욱 치열하게 살아갈 것을 다짐한다. 할아버지 할머니 몸 건강하시길.

※ 모든 사진의 출처는 <워낭소리> 홈페이지 ☞ http://blog.naver.com/warnangs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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