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의작은생각'에 해당되는 글 16건

  1. 2009.01.16 "여자 나이 서른이면 절망이야" 15
  2. 2009.01.06 사자성어 릴레이 - 수무푼전 手無-錢
  3. 2008.12.18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 우리가 꿈 꾸는 세상 2
  4. 2008.11.30 주문 2

"여자 나이 서른이면 절망이야"


2009년을 며칠 앞두고 선배가 메신저로 말을 걸더니 새해에 몇 살이냐고 묻습니다. 저는 별 생각없이 '30, 서른, 써티, 이립'하고 장난처럼 답했습니다. 그리고 돌아온 선배의 대답. "여자 나이 서른이면 절망이야." 하, 분명히 농담으로 던진 말일텐데, 나도 농담으로 받아? 아니지, 여성비하에 나이차별을 대놓고 했으니 농담이라도 봐 줄 순 없지, 정색을 하고 화 내? - 약 10초간 큰 혼란 끝에 한 말은 "아, 그런가요?"입니다.

2009년 1월 1일을 시작하는 0시에 종이 땡 치고, 공식적인 서른이 되자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나는 지금 절망스럽나?'

힘내라 서른

서른의 초상?!



결혼을 종용하는 부모님과 반토막 난 펀드, 포기한 꿈의 잔여물가 그 때문에 엉망이 되어버린 이력, 늘어난 기미와 주근깨, 주름, 늘어난 뱃살 특히 아랫배, 무한도전 멤버들보다 더 저질 체력, 나도 모른새 고착되어버린 아집… 이 정도면 '절망'이란 단어에 버럭할 일은 아니군요.


힘내라 서른

보자기와 주먹

결혼 얘기 꺼내는 부모님을 입 막음 할 수 있는 재주, 언제나 내 말에 귀 기울이는 마음이 따듯한 애인, 빌리든 꾸든 약간의 현금 동원력, 갖은 직업이 가져다 준 다양한 경험, 어느새 구축된 말발, 어느 누구하고도 대화할 수 있고 하고 싶다는 열린 마음, 20대 초반이라고 사기칠 수 있는 얼굴, 서로 신뢰하는 친구들, 아직은 꿈 꿀 수 있을거라는 희망, 자리 잡아가는 나만의 취향과 안목,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는 포용력… 하하, 너무 억지인가요? 내가 가졌다고 주장하는 것들.

살펴본 결과, '절망'은 아니라고 결론 지어 봅니다. 스물 아홉이었던 어제와 서른이 된 오늘이 비슷한 일상이듯 나에게 있는 것들도 스물 다섯 혹은 그 아래부터 존재했을지도 모릅니다. 다만, 20대를 지날 땐 내가 갖고 있는 지조차 몰랐다고 할까요, 스스로 의식하고 그 근원을 캐내려 애써 생각하는 태도가 서른에 달라진 점입니다.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10단위의 나이가 의미있는 이유는 스스로 돌아보고 결산하는 특별한 시간이기 때문일거라 생각합니다. 

선배의 말에서 '절망'에 방점을 찍을 일이 아니었습니다. '여자'에 대한 생각은 좀 더 해봐야겠습니다. 스스로 여성임을 깨달은 지 얼마 안되거든요. 20년이 넘도록 자각 못한 사실을 알고 나선 충격이 대단했습니다. 그만큼 '여성'에 대한 고민은 독자적으로 풀고 싶습니다. 음...고민은 '절망'에서 연유했으나 결론은 '서른'에서 났군요. 

이제 본격적으로 서른을 살아갈 일만 남았습니다. 큰 기대도 섣부른 실망도 없습니다. 어제처럼 오늘도 순간마다 최선을 다하는 것이 저의 몫입니다. 마흔이 되는 순간, "서른은 살아볼만 했습니다. 마흔도 기대되네요."하고 자신있게 말할 정도면 좋겠네요. 여러분도 여러분 나이 만큼 행복하시길.
 
Posted by 편지봉투
,
숙제가 늦었습니다.
달콤주머니 님께서 사자성어 릴레이의 바톤을 넘겨주신지가 어언 몇일이 흘렀는지...셈하기도 무색하네요T.T

늦어도, 무색해도, 할 건 해야죠^^
제가 고른 사자성어는 현재 저의 상태에 딱 어울립니다. 너무나 서글프게도...

수무푼전 [手無-錢]
수중에 가진 돈이 한 푼도 없음.


다들 아시다시피, 많은 분들이 겪고있다시피 저 또한 펀드 반토막났습니다. 바보처럼 적금 든 것도 하나도 없고 오직 펀드 뿐이었기에 타격이 더 큽니다. 2008년 내내 "나 돈 없어."를 입에 달고 살았습니다. 말하면 할 수록 더 깊은 수렁으로 빠지는 이 기분... 그래서 결심했습니다.

2009년엔 돈 타령은 그만!!

미국발이라곤 하나 적금 하나 안 든 것은 제 탓이잖습니까. 돈 타령해봐야 세계 경제가 살아나야한다는 막강한 문제가 떡 버티는 한 저같은 일개 소시민이 노력한다고 해결될 건 없겠죠. 그렇다고 아주 손 놓고 있는 건 아닙니다. 늦었지만 그래도 적금 만들고... 나름의 해결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하하하. 해도해도 우울한 얘기네요...

2009년에는 다음과 같은 세상이 열리길 기도합니다.
강구연월 [康衢煙月]
번화한 큰 길거리에서 달빛이 연기에 은은하게 비치는 모습을 나타내는 말. 
태평한 세상의 평화로운 풍경을 이르는 말.

2009년이 안되면 2010년에라도...것도 여의치 않으면 그 후에라도...아니면...에이...언젠가는 꼭 이런 날이 오겠죠? 제발~~

Posted by 편지봉투
,

퇴근 후 저녁식사를 마치고 무심히 리모콘을 누르다가 깜짝 놀랐다. 몇 개월 전에 한창 화제가 됐던 '임신한 남자'가 오프라 윈프리 쇼에 나오고 있는 중이었다. 아...저 사람....그래, 사진으로 봤더랬지.

몇 개월 전에 내가 본 '임신한 남자'의 사진. 오프라가 신기한 듯 '임신한 남자'의 배를 만지고 있다.

그랬다. 처음 봤을 때는 이 세상 곳곳에서 벌어지는, 셀 수 없이 많은 수의 기상천외한 일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트랜스젠더니, 남자가 임신이라니 - 별 일이 다 있네, 정도였다. 사진 아래 달린 짧은 캡션을 읽은 몇 초의 관심이 전부였다.

 

하하...그 사람을 오늘 다시 보게되었다.

 

'임신한 남자'의 이름은 토마스다. 남자가 되기로 결심하기 전까지는 '트레이시'라고 불렸다. 미인대회에 출전할 정도의 미인이었다. 대학에 와서 성정체성에 대해 고민을 하다 남자가 되기로 결심을 했단다. 토마스의 부인은 '낸시'이고, 전 남편 사이에서 두 딸을 두었다. 딸들도 스튜디오에 나와서 엄마와 토마스에 대해 인터뷰했다.

 

오프라의 자세는 진지했고 조심스러웠다. '임신한 남자' 아니, 토마스에게 궁금한 것은 모두 묻되, 웃음거리나 단순 흥미거리가 되지 않도록 조심하는 태도가 역력했다. 오프라는 나라도 했을 법한 질문을 던졌다. "수술 전 당신은 레즈비언이었나?" "당신이 잘못된 몸을 가지고 태어났다고 생각했나?" "언제부터 남성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나?왜?" "수술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했나?(자시히 물었고, 토마스는 성실히 대답했다)" "왜 임신했나?" "임신하는 과정은?" 등등

 

토마스는 대답했다. "어렸을 때의 느낌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 지 모르겠어요. 아주 어려워요." "수술은 가슴만 한 상태입니다." "남성이 되겠다고 결심한 이후에도 아이를 갖고 싶다는 마음은 바뀌지 않았기 때문에 수술은 가슴만 했습니다. 하지만 남성 호르몬제로 인한 변화는 있습니다." 등등. 그 어떤 질문에도 무척 솔직했던 토마스는 아내 낸시를 무척 사랑하는 헌신적인 남편이자 아이를 갖고 싶은 사람임을 견지했다.

낸시와 토마스 부부. 그들은 대부분의 부부들이 그러하듯 아이를 가졌다. 오직 그들만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토마스는 자신의 임신 사실을 공개하기 전에 여러 단체에 전화를 걸어서 문의했다고 한다. 자신과 비슷한 경험을 가진 트랜스젠더들은 공개하기를 말렸단다. 세상은 아직 자신들을 이해할만한 준비가 되어있지 않을거라고..그래도 부부는 자신들의 입으로 직접 말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오프라가 마지막에 한 말이 인상적이다.


 

 

 지금부터 50년 혹은 100년 후에 사람들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며 살아갈지는 모르겠지만 (중략) 다양성과 정상의 의미를 다시 정의하게 될 겁니다.


 

하하하... 토마스는 정상인가 비정상인가? 토마스와 결혼한 낸시는??

 

정상과 비정상이 흑과백의 논리로 통하는 지금 이 세상에서, 토마스와 낸시는 그 경계 어디쯤에서 살고 있는 듯 하다.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야 말로 우리가 꿈 꾸는, 천국 같은 이상향일지도 모른다. 부디 그 곳에서 토마스와 낸시 자유롭고 행복하게 아이들을 키워내길 바란다. 굿 럭!!

Posted by 편지봉투
,

주문

주먹의작은생각 2008. 11. 30. 17:12

이룰 수 없는 꿈을 꾸고,
이길 수 없는 적과 싸워,
견딜 수 없는 슬픔을 참으며,
감히 갈 수 없는 곳에 용감하게 뛰어들며,
고칠 수 없는 불의를 고치며,
마음 속에 순결한 사랑 간직하고,
잡을 수 없는 별을 잡자.
이것이 나의 갈 길,
어떠한 시련도 고난도 정의를 위해......


세르반테스 <돈키호테> 중에서

Posted by 편지봉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