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지 익숙한 그녀들 - 가족소설 <마이 디어 걸>


지지고 볶고 떠들고 까불고 다치고 상처주고 상처받고 위로하고 결국 이해하게 되는 것이 바로 가족이라고 <마이 디어 걸>은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표지의 그림을 똑 닮았을 세 자매 코린, 시빌, 조르제트가 아직도 프랑스 파리 근처의 작은 아파트에 함께 살고 있을 듯 합니다.




표지의 작가 얼굴이 익숙합니다. 띠종이에서 설명하듯이 배우라는군요. '프랑스가 인정하는 대표적 연기파 배우'에 작가로써도 한 명성 한다니 그야말로 '엄친아'입니다. 제가 10대에 눈물을 철철 흘리면서 본 <비욘드 사일런스>의 주인공이라는데, 프랑스 배우가 독일 영화 주인공이라… 당시엔 전혀 몰랐던 사실인데, 세월이 흘러 알게되니 더욱 신기합니다.
소설내용도 작가를 많이 닮았습니다. 작가 또한 이태리 계 프랑스인이고 아버지 없이 홀어머니 밑에서 컸다는군요. 역시 작가의 삶과 글은 많은 부분에서 맞닿아 있나봅니다.

10세 전후의 세 자매는 성격이 제각각입니다. 맏언니 코린은 감수성이 풍부해서 문학에 푹 빠지기도 하고, 엄마랑 며칠이라도 헤어질라 치면 한강을 만들정도로 눈물을 쏟습니다. 막내 조르제트는 엄마가 제지할 때까지 사탕을 먹어대는 귀여운 먹보입니다. 둘째가 시빌입니다. <마이 디어 걸>은 시빌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덩치큰 남자랑 싸우고 온 얼굴에 멍투성이로 집에 돌아오거나, 쓰레기인줄 알고 엄마 신발을 전부 내다버리는 사고뭉치가 시빌입니다. 시빌은 언니와 동생과 다르게 생겨서 유난히 눈길을 끕니다. 책 표지의 세 명을 보면 혼자 금발 머리에 파란 눈동자를 한 시빌이 눈에 띌 겁니다. '그 사람' 흔히 아빠라고 부르는 사람을 닮았기 때문이랍니다. 그리고 세 자매의 엄마가 있습니다. 아침마다 부지런하게 집안을 쓸어대고 아이들 머리를 땋아주고 점심을 챙기는, 우리 엄마랑 비슷하단 생각될 정도의 보통 엄마입니다. 다만, '그 사람'이라고 부르는 시빌의 아빠, 남편이 없을 뿐입니다. 남편이 없다고 성당에선 남들이 하는 예식에 참여 못하고...그래서 시빌은 화가 납니다. 시빌은 또 화가 납니다. 엄마가 남자친구를 데려왔기 때문입니다. 함께 살기까지 한다네요. 아...이래저래 조용할 일 없는 가족입니다.
이 집에서 조심해야 할 것은 딱 하나입니다. '그 남자'를 거론 않는 것. 아이들은 짐작으로 '그 남자'가 아빠인 줄 알지만, 사진을 봤다는 걸 숨길 정도로 일체 아무 소리 안 합니다. 엄마가 싫어하니까...

방 하나를 나눠쓰던 아이들이 어느 새 자신의 집을 가질 정도로 성장합니다. 코린 언니와 동생 조르제트는 선생님이 되었고, 같이 살던 엄마의 남자친구도 집을 나갔습니다. 시빌은 성공한 작가로 TV에 출연하거나 독자와의 만남을 갖는 생활 중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드디어 '그 남자'를 실제로 보게 됩니다. 아...당신이라면 30년이 넘도록 존재하지 않던 아빠를 처음 보는 그날, 어떤 말을 하겠습니까?? 시빌은 그렇게 '그 사람'을 만나고 난 후 엄마를 만납니다. 상황을 보고하면서 시빌은 차츰 엄마와 '그 사람'의 관계를 이해합니다.

완벽히 행복해 보이는 가족도 저마다의 문제를 안고 있다고 합니다. 시빌네도 그렇습니다. 아빠가 없다는 건 누구에게나 보이는 명백한 사실이기에 본인의 상처도 클거라 문제시해버리기 십상입니다. 하지만 시빌은 말 합니다. 그것은 딸인 자신보다는 부모님 즉, 사랑했던 연인의 문제였다고...

<마이 디어 걸>은 읽기 쉽고, 공감 팍팍 가는 소설입니다. 작가의 삶이 반영돼 있다더라...에 기대를 건다면 어느새 본인의 삶도 닮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겁니다. 작가는 내 가족인듯한 누구나 공감할 보편적인 주제를 잘 표현했습니다. 그들의 소소한 생활을 들여다보면 특별할 것도 없는데, 읽는 내내 잔웃음이 꾹 다문 입에서 비져나오곤 하더군요. 

자칫 평범할 수 있는 캐릭터를 생생하게 살린 점이 돋보입니다. 픽션의 주인공은 원래 '문제적 인간'이잖아요. <마이 디어 걸>의 주인공은 '보편타당한 문제적 인간'이랄까요?^^ 청소년 권장도서 목록에 넣어도 손색이 없을만큼 건전한 소설입니다. ㅎㅎ 시빌은 싫어할 것 같군요. 

포근한 표지의 느낌대로 읽어 갈 수 있는 <마이 디어 걸>. 프랑스 여행을 간다면 시빌이 살던 아파트를 찾아내 볼 생각입니다.
 

Posted by 편지봉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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